상담 칼럼

트라우마 찾고, 회복하기

작성자 정보

  • 코리안라이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호주 카리스대학교에서 트라우마 가족치료의 대가인 최광현 교수님을 모시고 7월 14일 부터 일주일간 트라우마 가족치료 자격증 과정을 진행했다. 강의 속에는 다양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누어졌는데 갑자기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성인이 된 이후 상담을 공부하면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다루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아픔으로 여겨졌던 상처였는데 치유를 받은 후에 기억조차 가물가물 해졌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지금의 나를 보면서 한 사람의 성장에 있어서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하게 되면서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가족안에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건강한 가정은 질서가 잘 세워져 있어야 한다. 독일의 유명한 가족 치료사였던 헬 링거는 독일의 많은 트라우마로 인해 깨어진 가정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가족 세우기'라고 하는 기법을 창설하였다. 이것은 가족 치료의 기법 중에 하나로 가족의 대리인들을 통해 가족의 질서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가족의 질서를 이해하기 위해 가족의 질서를 깨뜨리는 요인을 살펴보자. 그것은 소속감, 애착의 결여, 주고받음의 공평성이다. 


소속감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 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원하고, 사춘기 아이들은 또래 그룹에 소속감을 느끼기 원하며, 호주에 이민을 온 사람들은 호주 사회안에서 소속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더 큰 사회에서 소속감을 누리기 위해 가장 기본인 가정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할 때 깊은 외로움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한국인 가정 중에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할 때 한 부모가 아이들을 자기 편으로 삼아서 혼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이민 사회에서 이것이 장기화되면 언어적으로도 문화적으로 장벽이 생겨서 더 관계가 소원해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십대가 되고 더 독립적으로 되면 외로움의 깊이가 심해지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생긴다. 가족의 질서를 세워 나간다는 것은 그 가족 안에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애착이다. 애착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유대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양육자와 돌봄을 받는 자와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애착을 잘 형성한 아동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그 어떤 어려움을 삶에서 경험하여도 그것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는데, 가족의 질서가 깨어지고 특히 부부가 사이가 좋지 않거나 한 쪽 부모가 정신 건강의 이상이 있어서 충분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 아이는,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되고 그것은 나중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애착의 불안정은 소속감의 부재로 이어지게 되고 외로움과 고립감이라고 하는 이슈를 갖게 한다. 그것은 가족이라고 하는 어울려서 살아가야 하는 체계안에 있지 못하게 하고 외로움의 문제를 가족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 찾게 만드는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게 된다.


다음으로 주고받음의 공평함을 살펴보자. 가족의 질서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부모는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하고 자녀는 자녀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질서가 깨어진 가정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하거나 한 부모가 과도한 기능을 하는 역할을 하고 한 부모는 저 기능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녀를 편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편애를 통해 형제 간의 갈등이 유발되고 형제 순위가 존중받지 못하게 되는 질서가 깨어지는 모양도 있다. 또 부부 중 한 사람은 전체를 통제하고 한 사람은 순응자로 살아갈 때, 이것도 주고받음이 공평하지 못해지는 모습으로 이어져서,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이어지면서 가족의 질서가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질서가 깨어진 가정에서는 트라우마가 발생하는데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면, 자녀가 부모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막힘이 있을 때와 관계 가운데 얽힘(bonding)이 일어날 때다. 부모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막힘의 부분이 나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 기억은 어린 시절의 내가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고 싶어서 엄마를 따라갔는데, 좇아오는 딸을 기쁨으로 맞이한 것이 아니라, 시장 바구니로 사정없이 내리치면서 쫓아내어 서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오랜 세월동안 거절감과 버림받음의 감정, 수치심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연결되었다. 


첫번째 원인인 부모에게 다가가는 것이 차단되어지는 막힘을 경험할 때,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지 않게 되고 눈치를 보면서 불안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지 필자는 막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과거의 나는 사랑을 받지 못했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깊은 곳에 버림 당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부모가 이성적으로는 사랑한다고 알고 있어도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바로 부모에게 다가갔을 때 차단되어진 경험이 기여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번째 원인인 얽힘은 다양한 상처로 인한 묶음일 수 있는데, 그것이 해결이 되지 않아 잘못된 문제의 패턴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고 상처들이 점점 더 증폭되어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찍 잃어버린 자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편안하게 누리는 삶을 살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속죄심리 같은 것도 묶임이 될 수 있고, 몇 대에 걸쳐서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비슷한 감정들이 전수되어지는 것도 얽힘으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과 같이 전쟁의 역사가 있는 곳에서는 얽힘 들이 많아서 세대를 흘러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나타나는 것들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와 같이 역사적으로 트라우마가 많은 곳에서 자살과 정신 건강의 문제가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최광현 교수님은 그의 이론적 강의에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배려라고 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먼저는 누군가의 이해와 공감과 배려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 전쟁 이후 수많은 군인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 났는데 그들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룹치료를 하는 것이었다. 그룹 치료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 공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많은 위로와 변화를 가져오는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이 서로 공감 받고 배려 받는 경험을 통해서 깊은 위로와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관점의 변화가 가족의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다. 그 관점의 변화는 상처 치유와 치료를 통해 나의 트라우마를 객관화 시켜서 바라봄으로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관점의 변화를 혼자서 가져오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트라우마의 깊이가 더 할수록 혼자서 객관화 시킨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문제를 객관화 시키기 위해서는 종종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사의 전문적 도움을 통해서 공감과 배려를 경험할 뿐 아니라 드러난 문제 속에 숨겨진 문제를 객관화 시켜서 보게 될 때 관점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가족의 트라우마는 한 개인의 삶에 또 대를 이어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에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치유와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95 / 1 페이지
RSS
번호
제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