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 모델 (외상 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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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 모두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어려움은 작게는 길을 가다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는 일부터, 크게는 실직을 한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잃어버리는 경험이다. 최근 우리 집을 방문한 나의 엄마도 2년 전에 남편을 잃어버렸다. 이런 외상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삶의 부분이기에 외상을 일부 사람의 것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모두가 외상의 특성을 이해를 하고 외상을 통해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과정으로 삼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고 난 후 ‘회피의 방법’을 사용해서 아주 강렬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 고통의 감정이나 생각을 들여다 보면 주체할 수가 없기 힘들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빠가 갑자기 세상을 심장마비로 떠나셨기에, 그 때를 생각하면 힘이 들어서 지난 2년 동안 아버지 사진을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고 하셨다. 바로 ‘회피’의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전쟁과 같은 또는 교통 사고를 목격한 직후와 같은 강렬한 외상들은 사건이 종료된 후에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오르는 침습적 기억을 경험하거나, 생생한 꿈을 꾼다거나 외상의 장면속에 마치 자신이 있는 것처럼 재경험되거나 정서적 마비, 사회적 철회, 불안, 불면증, 수치심 등 다양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이런 어려움을 겪다 보니 회피하는 방법을 취하기가 쉬운데, 회피의 방법은 처음의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약간의 순기능은 있을 지 모르나, 지속적으로 회피의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회복을 경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것이 오히려 문제를 극복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고통이 워낙 크고 일상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주기에 외상의 치료는 지금까지 고통을 주는 기억을 둔감화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외상의 기억과 그 기억과 관련 생각이나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바꾸어서 외상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외상 후 성장의 과학’이라는 책의 저자 스테판 조셉은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외상을 겪은 후에 삶이 나빠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좋아지고 성장되어지는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외상을 통해서 성장을 경험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상을 경험한 이후 그 이전의 삶으로 똑같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더 성장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번영 모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큰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성장을 경험하여 번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번영 모델인 것이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외상의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이며, 생존자를 넘어서서 번영자가 된다고 설명한 저자의 말은, 외상 후에 한 사람이 훨씬 더 성숙하고 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설명하는 말이며, 많은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라 생각된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성장에 이르기 위해서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필자도 과거의 한참 어려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왜 나만 이런 고통스러운 일을 경험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상담을 하면서 많은 외상을 경험한 환자분들이 동일하게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고 자신만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인생의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외상과 아픔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경험이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고 너무 힘이 들기에 나만 이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혼자서 힘들어하지 말고 도움을 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타인에게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외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될 수 있는 과정이고 더 큰 성장으로 갈 수 있는 하나의 여정으로 생각하고 너무 빨리 건강해 지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속도에 맞게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나의 상태를 잘 점검하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회복의 여정을 가지는 것이 좋다. 나의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안전한 지? 의료적 도움이나 또는 힘든 시간을 지내기 위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지? 또는 외적인 부분에서 실질적인 자문을 구해야 하는 일이 있는 지?를 점검해야 하며 기본적인 부분에서 나를 잘 돌보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쉽게는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하고 일상을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본적인 일상을 살면서 외상의 감정이 건드려질 때는 그 마음을 강압적으로 누르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상태를 잘 관찰하고 인정하고 감정을 잘 들여다 보는 직면을 하는 것이 성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편안하게 앉아서 복식호흡을 하면서 영화처럼 외상의 장면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혼자서 엄두가 안 날 때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그런 부분들을 다루면 빠른 회복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번영하는 성장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희망을 가지고 나의 삶의 이야기를 다시 써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분노, 아픔, 좌절, 고통에 초점이 되어져 있던 외상의 이야기를 의미, 목적, 이해, 효과 등의 긍정적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외상을 극복하고 성장으로 나아가는데 유익하다. 실제로 외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거나, 외상이 준 유익을 글로 쓰는 것이 외상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러므로 외상을 경험하는 피해자나 희생자가 아니라 외상을 경험했음에도 희망과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번영자가 되는 선택을 해 보자.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