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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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라이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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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스마트 폰을 꺼내들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뉴스, SNS, 다양한 프로그램을 듣고 보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상하게 보였으니 이제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며, 조금씩 나도 영향을 받았는 지 약간의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보게 된다.


너무나 쉽게 정보를 얻고 타인과 소통을 하는 편리한 도구인 스마트 폰이 언젠부터인가 사람들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에 이르게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 폰을 사용하게 하고, 더 많은 이득을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거대회사들의 전략가들에 의해서 일반 대중들은 생각없이 살아가게 된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틀렸는지 조차 생각하지 못하며 끊임없는 흥미와 가상 세계 속에 홀린 듯이 끌려다니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현대인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 가운데 생각없이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과 다수의 성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노예처럼 끊임없는 정보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고 싶다.


‘아직도 가야할 길’ 이라는 명작을 쓴 스캇 펙은 말년에 쓴 그의 책에서 현대인들의 주요한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그의 말에 동의가 되는 것은 어느 날 나의 하루의 삶을 돌아보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로 극동 방송에서 나오는 목사님의 설교와 찬양을 듣고, 아이들 도시락을 챙겨 주고, 집 청소를 좀 한 다음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하고, 중간 중간 상담이나 수퍼비젼을 하고, 저녁이 되자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남편과 운동을 하고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는데, 막상 잠자리에 누우려고 하자 하루 종일 열심히 살았지만 거기에는 깊은 생각, 사색, 사고의 부분은 거의 전무한 것이었다. 매주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있지만 막상 내 안에서 나의 것으로 깊은 사고로부터 나온 생각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그저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하는 의무감에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처럼 살아가고 있음을 순간적으로 느끼며 당황스러웠다. 


나는 과연 나의 것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면 어떤 사람은 나만의 생각이 왜 필요해?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하면서 살아?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상에 주어진 작은 스트레스들을 처리하느라 더 깊은 생각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하루에도 접하는 전화기로부터의 수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생각을 끌고 가 버려서 독립적인 사고를 할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이 큰 세력으로부터 조정당하고 또 그 조정당한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인간으로서 꼭 해야 하는 창조자로부터 부여받은 생각함으로 성장하고 생각함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귀한 능력을 상실해버릴 수 있음을 기억할 때 아찔한 생각이 든다.


심리 상담에서는 때로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선생님, 선생님은 생각이 넘 많으신 것 같아요. 그것을 좀 멈추어 보세요!”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건강하지 못한 분들이 왜곡된 생각을 많이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것이 정신 건강을 해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잠도 자지 못하는 신경성적 질환을 실제로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권하진 않는다. 생각을 하되 건강한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을 하되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 심리 상담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대중들은 자신 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고 뉴스가 보여주는 대로 때로는 그 시대의 큰 흐름의 사조가 말하는 대로 또는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대로 그저 순응하며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조직체 안에 들어가 그 조직체의 일원으로 잘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그 조직체의 타락한 부분이나 그 조칙체의 건강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생각하고 살아가지 않으면 거대 담론이 나의 생각을 다스리게 된다는 것이고, 그것에 익숙한 인간은 때로 비도덕적이며 옳지 않은 결정조차 따라가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는 1년씩 유행이 돌아오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계절마다 유행이 돌아와 사람들은 계절마다 유행을 타곤했다. 그런데 이제는 수익을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목적인 회사들은 달마다 유행 아이템을 설정하고 물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이 사라고 하는 광고들이 보내는 메시지에 쉽게 속으며 매주 매달 새로운 물건들을 구입하고 있다.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온라인 상품들의 개수를 한 번 세어보면 쉽게 알게 될 것이다.


지금도 전쟁으로 기아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한쪽에서는 남는 물건들을 소각장으로 보내어 태워서 환경 오염을 가중시키고, 쓰레기 섬들은 점점 더 높이를 더해가고 있는데 우리가 이 모든 것에 즐거이 가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는 세상에 끌려가는 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칼로 무를 자르듯 쉽게 잘라지고 쉽게 이해되어지는 인생은 흔치 않다. 모든 사람의 삶의 이야기는 닮은 듯 하나 모두 제 각기 다르다. 그런 모든 사람의 삶을 함께 아우르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고민과 사색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우리 나라를 건강하게 지켜 나가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을 내 쫓아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인간으로서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존중하고 그들을 돌봐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성향의 그룹들이 지향하는 것을 생각없이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이기심이 또는 나의 교육 배경이 어떤 특정한 결정들을 내리는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더 깊이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큰 결정일 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영향력이 흘러갈 수 있기에 우리는 좀 더 윤리적이고 좀 더 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며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핸드폰을 내려 놓고, 분주한 삶을 내려 놓고, 환경을 둘러보며, 사람을 바라보고 기도하며 좋은 책을 읽으며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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