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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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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라이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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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가족의 개념은 예전과 많이 바뀌어서 친구들끼리의 공동체나 한부모 가정 등도 가족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개념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간의 삶을 살아오던 낯선 남녀가 어느 날 사랑에 빠지게 되어 ‘결혼’ 이라는 제도를 통해 시작되어지는 것이 가족이다. 그렇기에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된 일이며 의미있는 일이지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한 남편은 아주 자유로운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늘 집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정에서는 그는 주도적이며 자유롭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자라났다. 문제는 절제 또는 제한과 같은 훈련을 잘 받지 않았기에 타인을 배려하는 부분이 부족하고, 눈치가 없는 부분이 있고 독단적으로 하다가 실패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아내는 그에 비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아프셔서 자신의 욕구는 뒤로 한 채 장녀로서 부모님을 돌보고 동생을 돌보아야 했고, 가정의 수입을 위해 일까지 열심히 하는 아주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어려움은 나눌 대상이 없었다.


이런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금방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남편의 눈에 아내는 의지할 만한 든든한 대상으로 보였고, 반대로 아내는 자신과 달리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무엇이든 자신있게 시도해 보려는 남편이 멋져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여 한 가족이 되었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 가족은 두 사람만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합으로 이루어져 새롭게 만들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부부 치료’를 공부할 때 인상깊게 보았던 그림이 있는데 그것은 침실에 누워있는 커플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 속의 이불 밑으로 보이는 발이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4개여야 하는데 거기에는 12개의 발이 있다. 침대가 커플의 부부의 가정 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 두 사람이 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부모들까지 함께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많은 부부들은 결혼을 해서도 이전 가족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들의 부모로부터 습득한 삶의 방식을 그대로 결혼생활에 가지고 온다. 새로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옛 가족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두 사람만의 관계는 괜찮은 반면, 결혼 이후 시댁과의 관계 때문에 처가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고 결혼 생활이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 커플은 시부모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그것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나라를 옮겨 호주로의 이민을 선택을 했다. 또 한 커플은 호주에 사는데 시 부모님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 주를 옮겼다. 그 뿐인가 어떤 커플은 부모님의 영향력이 너무 힘들어 아예 관계를 단절해서 연락을 안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커플은 부모님과 관련된 사건들로 큰 상처를 입게 되어 급기야 이혼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간섭이 없었더라면 별 문제 없이 결혼생활이 지속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커플들을 가끔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이런 일들을 예방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게 된다.


성경에는 ‘네 부모를 떠나 두 사람이 연합하여 한 몸이 될찌라‘라고 이야기 한다. 여기에서 답을 찾는다면 건강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떠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모를 떠나는 것은 재정적인, 정서적인, 신체적인 독립을 의미한다. 이것은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건강한 독립으로 끊어내고 배우자와 애착관계를 돈독하게 맺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첫번째로, 재정적인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지원을 절대 받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결혼 생활이 부모님의 도움을 의지해야만 유지가 된다면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의 주인으로서 독립성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로, 정서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가정의 스트레스가 있을 때 부모님께 먼저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의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함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부부 사이에는 정서적 지원이나 대화가 되지 않고 부모와의 관계에서만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다면, 그 가정은 삼각관계가 형성되며 건강하지 않은 상호 작용 패턴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자칫 외도로 이어지게 하기도 한다.


세번째로, 신체적 독립이다. 가능한 처음 가정을 이루었을 때는 최대한 물리적으로 부모님과는 떨어진 곳에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두 사람만이 구성원이 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새로운 규칙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을 때 부부 사이에 힘의 균형을 잃어 버릴 수 있고, 부모님을 중심으로 한 잘못된 규칙을 받아들이게 되는 일도 생겨나게 된다. 물론 사정에 따라 부모님과 당분간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에라도 최대한의 독립된 공간과 분리된 삶이 있을 때 신체적 독립이 가능하다. 한국의 아파트는 그런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호주 주택을 보면 그래니 플랫 (Granny Flat)으로 부엌과 화장실 방 모두 갖추어진 독립된 작은 집을 마당에 만들어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형태는 같은 곳에 살아도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건강한 가족을 만들어 가기 위해 초기 결혼 생활에서 부부 각자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모든 것들에 감사하되, 내 것만이 최고이며 모든 것의 기준이라고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의 것이 소중한 만큼 배우자의 삶도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솝 우화 중에 주둥이가 긴 학과 여우가 서로의 집에 초대하고는 음식을 대접했는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그릇에 음식을 담음으로 먹지 못했다고 하는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웃음으로 그 이야기를 읽지만 실제 부부 사이에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만 만들며 그것이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하고 말하며 남편의 입맛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아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가장 매너남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만든 예의 범절의 규칙을 아내에게 강요하는 남편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 지를 들어 보고,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존중을 해주는 태도를 가지되, 서로 융통성을 가지고 수정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끝으로 부모님께 도리를 지키되 부모님 중심으로 삶이 돌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 두 사람이 꿈꾸는 가족의 비전과 사명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 다음에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간혹 너무 많은 요구와 기대가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감으로 부부 두 사람의 삶은 뒷전이 되어 있는 경우는, 부모님이 섭섭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제는 거리를 적당하게 두는 것도 필요할 지 모른다.


건강한 나의 가족의 행복을 위해 확대가족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지는 각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혼 후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주기독교대학 김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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