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함께하며 배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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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라이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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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집단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동시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대학원 공부를 하던 중 병원에서 잠시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잠시 머무는 입장이었기에 조금은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었고,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배울 점이 많았다.


한 사람은 필자의 수퍼바이저였다. 그는 모든 일에 열심을 내는 사람이었는데, 지나치게 열정적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간섭도 많이 했다.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알려주려 하고, 처리되지 않은 업무가 있으면 강하게 요구했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며 마치 부모처럼 동료들을 돌보려는 모습도 있었다. 위기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강점이 있었지만, 융통성이 부족하고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에게서 배운 점은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지 않고 즉시 직면해 해결하는 용기였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자신처럼 완벽함을 기대하는 태도는 주변을 힘들게 했다.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융통성과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또 다른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우울해 보였다. 복도를 걸을 때 팔과 발이 함께 움직여 마치 우울증 환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대화를 나누면 늘 웃음과 유머가 넘쳤다. 알고 보니 그는 이혼 후 자녀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고양이와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사회생활 속에서 직업인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유머를 활용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걸음걸이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과제를 보여주는 듯했다. 필자가 트라우마 상담을 한다고 하자 큰 관심을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또 다른 사람은 키가 크고 멋쟁이로 유명했다. 매일 반듯하게 다려입은 옷을 입고 나타났는데, 주말마다 가족의 옷까지 직접 다림질한다고 했다. 옷과 신발에 관심이 많아 필자의 신발에도 늘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했다. 자신의 일은 잘하지만 타인의 부탁은 회피했고,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를 꼭 표현했다. 개인주의적 스타일이지만, 사회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지켜내는 매력이 있었다. 다만 성장해야 할 부분은 타인을 조금 더 배려하는 태도였다.


또 다른 사람은 네팔에서 온 싱글맘이었다. 그는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잘 알고 실천했다. 일할 때는 열심히 하면서도 중간중간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75세 된 행정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곧바로 커피를 사주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는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알면서도,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과 중요함을 놓치지 않았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엄마, 아빠’라는 타투를 새긴 것도 그 예였다. 그는 타인을 돌보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균형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에어컨 온도를 19도로 맞추고, 또 다른 사람은 25도를 좋아한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며,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가정, 직장, 교회, 사회 모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공동체 안에서 소외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도망치지 말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며 배우는 삶을 선택해 보자.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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