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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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매일 아침 캔버라 커뮤니티 카톡에 각종 뉴스를 올려 주시는 분이 계시다.  이틀 전에도 뉴스를 읽다가 광고판에 쓰여진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힘듦의 으뜸은 외로움이다.” 이 문구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뜬 구름 잡는 말로 들릴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의 고통을 경험하며 힘들어 한다.


 어떤 분은 이민 생활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육체 노동을 하면서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고 시집, 장가를 다 보냈지만 막상 나이가 드니 자녀들은 다 자신의 커리어를 가지고 집을 떠나갔다.  자신에게는 뇌출혈로 인한 후유증인 신체 장애만 남아 있는 고통을 경험하게 되면서 지독한 고독을 경험한다.  그 분은 가족들이 있지만 아무도 나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가까이 곁에 있어주지 않아 인생에서 그 어떠한 것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분은 바람을 피우면서 평생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배우자로 인해서 힘들고 마음의 상처가 가득했는데 평생 자신을 외롭게 한 배우자가 집으로 돌아오자 그를 집으로 받아들인다. 병들어 갈 곳이 없어서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받아들인 것은 그런 배우자라고도 함께 사는 것이 깊은 외로움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젊은이는 늘 자신이 외롭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도 어떤 그룹의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늘 그들과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웃고 있는 자신이 가식적이며 그들과 분리된 이방인과 같이 느껴진다.  ‘어느 누구에게도 나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해’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허전하고 마음이 힘들다.


‘외로움’의 이슈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Covid19로 인해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단절에서 외로움을 더 깊이 경험했고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유투브나 SNS, 게임으로 정서적 필요를 달래는 젊은이들은 마음 속 깊은 외로움에 있으나 그것을 무시하며 살아가게도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인생의 뒤안길에 서게 될 때 그제서야 고독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 혼자 살아가는 독신자들이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00년에는 15.5%였는데 2021년도에는 33.4%로 증가했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잠을 자고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현대인들은 외로움이라는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욕구를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외로움이라고 하는 이슈는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이슈이기도 하지만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 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외로움이 정신 건강에 해롭다.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사회적 관계들을 맺는 것이 행복한 삶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교육해야 하고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편리함과 개인주의, 풍요로운 삶에 초점을 맞추어 어릴 때부터 자라난 현대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 익숙한 나머지 더 풍성한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족과 교회에서 또는 다른 커뮤니티의 형태로 어릴 때부터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야 하며 사회적 웰빙의 중요성을 교육해야 한다.  이것이 작게는 개인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공동체 안에서의 의미를 찾게 해 주는 것뿐 아니라 저 출산율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는 6명의 자녀가 있다. 20대 중반의 아이로부터 초등학생 아이까지 골고루 있는데 8명이 한 집에서 살다 보면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가족들이 함께하면서 경험한 좋은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당연히 결혼을 할 것이고 자녀도 평균 3명 이상은 낳아야 한다고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적 관계의 기쁨과 중요성을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족이라고 하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의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날, 캔버라 시티에서 조현병 을 가진 Homeless이신 분을 보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할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도 그 분에게 관심이 없고 그 분 또한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정신 질환을 가졌으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어느 순간 세상을 떠나게 될 그 분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갔다.  그러면서 저 분에게 좋은 가족이 있었더라면 저 분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그 분을 정말 사랑하고 돌 봐주는 가족이 있었더라면 좀 더 일찍 병원에 가서 위기 평가 팀(CATT)을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치료를 제대로 받았다면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족이라고 하는 또는 나를 지원해주는 좋은 사회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나는 가족과 좋은 기억이 없어요’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분들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렇기에 가족에서 시작된 관계의 어려움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면 모든 관계는 큰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게 되고 그것은 사람을 피하고 ‘외로운 삶’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이 나를 안전하게 할 수는 있지만 외로운 삶은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한다. 외로운 삶에서는 삶의 기쁨과 의미를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취미활동이나 종교 생활 그리고 누군가를 돕는 봉사생활을 통해서 외로움을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도하다 보면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삶의 활력과 의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호주 기독교 대학 캔버라 캠퍼스에는 노인들을 위한 클래스를 여는 단체가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함께 모인 시니어분들이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새로운 기술도 배우는 소리가 들린다. ‘하하 호호’ 행복해하는 그 분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외로움’에서 벗어난 기쁨을 듣고 느끼게 된다.


외로운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빨리 죽을 확률이 50%나 많다고 한다. 실제로 외로움으로 인해 이 세상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의 커리어와 일 이상으로 중요한 사회적 관계를 점검함으로 ‘외로운 삶’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호주기독교대학 김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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