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화 (habituation)를 잘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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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아주 높은 아파트에 전망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을 방문했다. 멀리 하버 브릿지가 보이고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정말이지 온 세상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전망 좋은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지인은 한 동안 그 집에서 살다가 익숙해지자 그렇게 좋은 전망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에 적응해 버리곤 한다. 그래서 이것은 사람이 잘 살아가도록 도움이 되게 하기도 하고 자칫 따분함이나 지루함에 빠지게 하기도 하는 원인이 된다.
교민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한국에서는 육체 노동을 전혀 하지 않던 분들이 호주에 와서는 육체 노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청소일을 시작하거나 타일일과 같은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이 안 하던 일을 하려고 하니 너무 몸이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익숙해지고 나면 그렇게 일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이처럼 사람에게 있는 ‘습관화 (habituation)‘라고 하는 심리학 법칙은 어려운 일도 결국 감당해 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은 일을 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은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자신이 무능력하게 되었다고 생각이 되면서 큰 상실감과 우울감에 젖어 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의 지인 한 사람도 갑자기 일을 내려 놓게 되었는데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하셨다. 그래서 일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았던 분은 ‘이제까지 고생을 했으니 다 내려 놓고 쉬자‘라고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 놓기 보다는 조금씩 일을 줄여가면서 습관화된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습관화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좋은 습관은 좋은 일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배우는 습관을 유지하기가 좋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해서 계속 공부를 하게 도우려고 하는 것은 적절한 생각이다.
그런데 습관화가 된다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습관화가 된다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것임으로 처음 지인의 아파트에서 보았던 장면의 감격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자와 살다 보면 예전에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배우자의 모습이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새로움이 없는 지루한 일상에서 그저 삶을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로 전락해 버리기에 배우자의 가치가 평범 이하로 보이기가 쉽다. 그래서 친절하고 봉사를 잘 해주는 착한 배우자가 너무 좋고 매력적인 배우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면서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리고 배우자가 못하는 거슬리는 부분은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오면서 못하고 불편하게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면서 원망하게 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커피점에 줄을 서있는 이웃집 여인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습관화가 되면 당연히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면, 이런 습관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는 습관화에 젖지 않기 위해서 일상 생활의 같은 일에 약간의 변화와 다양성을 주면 도움이 된다. 아마존 베스트 셀러 심리학 분야에서 60주 연속 1위를 한 ‘마음의 법칙’ 이라는 책은 독일의 폴커 키츠가 쓴 책인데 흥미로운 실험을 설명하고 있다. 두 실험 집단에게 사탕을 주고 한 집단은 무작위로 사탕을 몇 개를 먹었는 지를 기록하게 하고 또 다른 집단은 사탕을 종류별로 구분해서 몇 개를 먹었는 지를 기록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험 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사탕을 종류별로 구분해서 먹은 집단이 훨씬 더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 실험처럼 부부 관계에서 습관화로 인한 지루함을 바꾸기 위해서 약간의 변화와 다양성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번씩 맛집을 찾아서 식사를 한다던가 새로운 숙소에서 잠을 잔다 거나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처럼, 조금 불편하더라도 습관화에 젖지 않도록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잠자리를 함께 할 때도 늘 같은 시간 같은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체위나 다양한 전희를 경험할 수 있는 변화를 조금씩 시도하는 것도 부부 관계의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습관화에 젖지 않기 위해 늘 감사 일기를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사일기는 평범하고 습관화된 일상이 특별하고 새로운 의미로 각인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작고 세부적인 것을 떠올려야 매일 감사 일기를 기록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매일의 일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일들이 새로운 기적처럼 다가오게 된다. 매일 숨을 쉬고 호흡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감사하면 그것이 새로운 충만한 기쁨을 주는 이유가 된다. 가끔 상담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잘 하는 것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고 그냥 습관화된 나의 한 모습으로만 생각하여 그것의 가치를 전혀 보지 못하는 분을 보게 된다. 그런 분에게 자신이 가진 장점이 얼마나 가치 있는 지를 보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감사일기는 바로 내가 가진 작은 장점마저 도 감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사람은 쉽게 습관화에 젖고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휴가를 갈 때도 일년치를 한꺼번에 몰아서 가기 보다는 조금씩 자주 쉬어서 휴가 첫날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즐거움과 행복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 비결이라고 폴커키츠는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일년 내내 연말의 긴 휴가를 기다리시는 분은 이제부터 조금씩 잘라서 자주 그 기쁨을 누리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을 할 때도 매일 똑 같은 시간에 ‘운동’ 이라는 말로 나의 일상을 단조롭게 하지 말고 오늘은 짐에서 걷기, 내일은 요가, 수요일은 상체운동, 목요일은 하체 운동 등 변화를 주어서 새로운 느낌으로 즐겁게 운동을 한다면 훨씬 더 운동을 오래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가정에서는 월요일 저녁마다 가족의 시간을 가지는 데 반복해서 같은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이 금방 지루해 하는 것이 종종 느껴진다. 그래서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그것을 통해서 모임을 진행하면 훨씬 더 참여도가 높아지고 모임 후에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습관화에 젖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모임을 조금 더 준비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훨씬 더 만족할 수 시간을 만들 수 있고 또 그것은 훨씬 더 좋은 학습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습관화’ 라고 하는 좋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학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삶에서 조금만 잘 활용을 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일은 잘 해 나갈 수 있게 되고 관계에서는 습관에 젖어 들지 않을 때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학습과 노동을 위해서는 습관화를 활용하고 그렇지만 지루함과 따분함으로 습관화에 젖어 들지 않게 활력 있게 살아가는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호주기독교대학 김훈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