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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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행복한 가정은 어떤 가정인 것 같아?” 라고 물었더니 “같이 많이 있고, 같이 놀고,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재미있게 웃는 가정이지!“ 라고 답을 하였다. 그 대답을 들으면서 나의 남편은 함께하는 시간의 중요성에 행복의 비중을 많이 두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지, 행복한 가정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맞지!’ 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한 친구가 생기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화장실도 함께 가고,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함께 쇼핑센터에 놀러가고, 집에 돌아와서는 화상 채팅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이렇게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그것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비단, 학교 다닐 때 친구 뿐 아니라 애인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면 자녀들이 집에 많이 없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사귀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게 된다.
미국의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행복한 가정의 특성을 연구한 팀은 20년간 수천 가정을 연구하면서 행복한 가정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하나의 특성으로 분석을 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사이가 좋은 가정은 구성원끼리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좋아서 그 시간을 더 가지고 싶어할 것이고, 그것이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으면 계속해서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사이가 좋지 않은 가정의 구성원은 가정에만 있으면 마음이 가시방석같고, 또는 불안하고 평안이 없어서 가능한 밖에서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의 갈등을 잊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한 커플이 있었는데 아내가 남편에게 잔소리를 무척이나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남편은 그 소리가 듣기가 싫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집에 늦게 들어오게 되고 그런 남편이 미워서 아내는 남편을 더 많이 비난하게 되고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꼭 사이가 좋지 않고 사랑하지 않아서 만은 아닌 경우도 있긴하다. 부모가 이혼을 했는데 엄마가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고 가는 경우, 또는 일 때문에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들이 마음으로는 자녀를 너무 사랑하고 돌보고 싶지만 현실의 상황이 그것을 도와주지 않는 경우다. 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부모가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아 기러기 엄마,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함께 있어야 하는 가족이 함께하지 못할 때 그것은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 우선 가족이 함께하지 못할 때 친밀함의 깊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아이가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딸인 엄마에게 자신이 아이를 다 돌봐줄테니 너는 열심히 일을 해서 자립을 해라고 딸을 도왔지만, 그 결과로 아이의 엄마는 거의 아이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오랫동안 자녀와 함께하지 못한 엄마는 그것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일이 생겨나게 되었다. 아이가 할머니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할머니를 돌보지만 막상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는 남들을 대하는 것처럼 예의를 지키면서 대하고 살갑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한 할머니에게 부모에게 갖는 애착을 갖게 되고 엄마와는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 큰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나의 안전한 기지’가 되어준다는 믿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1세 미만의 아이들은 ‘대상 영속성’의 개념이 형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그 대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큰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가까이하며 안아주는 것이 많은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불안할 때 손을 잡아 준다든가 포옹을 해준다든가 하는 것이 불안감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는데 바로 누군가 옆에서 함께 가까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 필자의 경우 언니와 동생은 한국에 있고 부모님도 한국에 계시다 보니, 아무래도 부모님은 한국에 있는 손주들과 더 함께할 시간이 많고 손주들과 친밀감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더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더 많은 일상 생활의 일들을 공유하게 되고, 또 더 많은 정서적 교류도 결국 하게 되다 보니 더 사랑하는 마음도 많이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가끔 한국의 손주들과는 아주 친밀하신데 호주에 있는 우리집 아이들과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 간단한 인사만 나누는 것을 볼 때 조금 속상한 부분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결과가 있기에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싶다면, 가정에 우선 순위를 두고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기독교 사역자는 너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보고 일년에 반 년 이상은 이제 집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또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사역자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은 그렇다고 물리적인 시간만 의미하진 않는다. 함께 있어도 온 가족이 소통하지 않고 각자 개별 생활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함께하는 시간이 아닐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아이들과 함께한다고 하지만 아이들과 개별적인 시간을 가질 때 아이들이 느끼는 만족감의 수준이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된다. 그래서 양뿐 아니라 질을 적절히 조절하며 행복한 가정을 위한 ‘함께하는 시간’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함께하면서 그동안 소통하지 못했던 주제들을 다룰 수도 있고 함께하면서 상대방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불편한 사람이 있어 자꾸 피하기만 하지말고 반대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서 갈등을 풀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자.
가까운 실례로 코비드 때 억지로 함께해야 하는 가족들이 그것을 계기로 많은 친밀감을 경험하게 된 이야기들을 많이 듣곤 했다. 반대로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이슈들이 드러나 상담실까지 찾게 되는 가족들도 많았다. 함께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거기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늦추지 말고 오늘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의 노력을 시도해 보자.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