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치유받을 용기

작성자 정보

  • 칼럼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언젠가 상담 수업을 하면서 교수님으로부터 공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용감하게 손을 들어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을 끝내고 나서 한 동료가 말하길 아직도 상담받고 치유 받을 게 많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선교 단체에서 DTS(예수 제자 훈련) 도 받고 하나님을 잘 믿는 목회자 가정에서 자라났는데 아직도 상처 때문에 힘들어 하느냐는 말이 도전적으로 들리기도 했고 그 동안 정작 나를 깊이 바라보지 못한 부분이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그 당시 나는 상담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고, 개인 상담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정적 일상에는 기복이 많이 있었다.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다가도 어떤 때는 누군가의 작은 말 한 마디에 한없이 마음이 우울해지고 슬퍼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그 동료의 눈에는 내가 건강하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보였을 지 모르나 여전히 내 안에 있었던 열등감과 상처가 우울감을 주곤 했었다.  그래서 치유가 여전히 더 필요하다고 느껴서 자원해서 상담을 받기로 했던 것인데 그 때까지도 내면을 성숙함으로 이끌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그 이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건강해져야겠다는 소망도 더 많이 갖게 되었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타인도 상담을 하지만 끊임없이 내 자신을 돌아보며 치유하는 과정들을 거쳤다. 개인적으로 돈을 내면서 상담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의 고민 거리를 나누기도 하고 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실습 자리에서 나의 문제를 가지고 실습을 하면서 내 자신의 회복과 성장을 추구하고 때로는 내담자에게 적용하는 기법들을 내 자신에게 적용하면서 혼자 상담하는 것도 많이 하면서 타인을 보기 전에 내 자신을 바라보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다. 기도와 그 모든 치유와 훈련의 결과로 이제는 예전과 같은 감정적 요동이 많지 않고 훨씬 덜 불안감을 느끼며 안정되고 부정적인 것보다는 감사와 담대함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되었다. 내 안에 일어난 기적과 같은 변화를 보면서 감사하게 되는데, 주위를 돌아보면 나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가정에서 때로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상처와 아픔으로 정서적인 어려움을 여전히 경험하고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심리학 법칙 중에 ‘후광 효과’ 라는 것이 있다.  얼굴이 잘 생기면 왠지 성격도 좋을 것 같고 나쁜 짓도 안할 것 같이 생각이 드는 것이다.   왠지 상담사라고 하면 가정에 문제가 없을 것 같이 생각이 들고 종교인이라고 하면 인격이 아주 성숙했을 것 같고 돈이 아주 많으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왠지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키가 크면 왠지 더 든든하고 능력이 있을 것 같은 것 등이 후광 효과다. 심리 실험에 의하면 얼굴이 험상 궂게 생긴 사람은 대중들이 더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실질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약간 험상 궂게 보이는 사람들이 더 착할 수도 있고 겉모양이 그럴 싸 하나 실제 사기꾼인 사람도 있다.  지금은 오래 전 일이나 캔버라에서 만났던 어떤 한 남자분이 있었는데 덩치가 엄청 크고 인물이 훤칠한 사람이고 말도 너무나 잘 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그 분이 하는 이야기를 아주 열심히 들어주었는데 자신이 온갖 어려움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을 이야기하는데 왠지 세부적인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 뛰어난 말솜씨로 많은 사람들을 속여서 어려움에 빠지게 한 사기꾼이었음을 듣게 되었다.  필자가 겪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그 사람을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겉모양을 보고 속아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사회적으로 훌륭하고 겉모습이 화려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는 누군가의 리더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살아가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들의 삶의 한 부분일 뿐이고 또 다른 삶의 한 부분은 마치 망가진 자동차 같아서 수리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한 영역에서 너무나 성공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망가진 자동차의 부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성공과 자신을 향한 다른 사람들의 추앙이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적인 성공이 모든 것의 성공인 것처럼 만드는 경향이 있기에 그 물질의 성공으로 망가진 자동차와 같은 내면은 그럴싸하게 가린 채 자신의 부와 명예로 인해, 고침이 필요한 부분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돈 스파이크 같은 사람이 그런 사람일 수 있을 것 같다.  뛰어난 음악성과 사업적인 능력으로 많은 재산과 명예를 얻었으나 그의 뒤에는 어두운 마약 중독자의 삶이 있었다.  돈 스파이크처럼 극단적인 삶은 아니어도   자신의 성공한 삶으로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내면의 삶을 축소하며, 주위 사람들을 통제하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성공은 외적인 것만이 아니며 멋진 겉모양이나 현란한 화술처럼 겉으로 드러나 보여지는 사람의 모습이 성공한 삶이 아닐 수 있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고 화려한 모습, 때로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롭고, 회복되지 않은 상처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내면의 삶이 건강한 것’이 너무 중요함을 깊이 느껴야 한다. 건강해지고 성숙되어지면 자연스럽게 어떤 사람이 더 건강한 사람인지를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므로 나의 망가진 자동차를 그냥 무시해 버리고 있지 않는 지 먼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대로 두는 경우, 내가 추구하는 성공이 오히려 재앙이 되어 가정을 파탄 시키고 관계에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감정적으로 늘 파도가 많은 내면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빨리 내면의 망가진 자동차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일을 먼저해야 할 때 점점 더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총장, 호주한인생명의 전화 원장)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8 / 3 페이지
RSS
번호
제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