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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랑의 친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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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는데 이야기하길 자신은 매일 같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독자들 중에는 ‘누구나 자녀라면 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라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떤 사람은 ‘헐! 어떻게 매일 전화를 해.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일주일에 한 번만 전화해서 잘 있는 지 확인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원가정 (family of Origin)에서 경험한 친밀감의 모습이 기준이 되어서 현재의 관계에서의 친밀감을 시도하고 또는 평가하곤 한다.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가정의 모습이 기본값(baseline)이 되어 있다는 말이다. 필자가 부부 관계 만족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Prepare/ Enrich라는 검사도구가 있는데, 그 검사도구에는 가족 지도라는 부분이 있다. 그 가족 지도는 자신이 태어난 원가정의 모습에서 얼마만큼 융통성이 있었고 가족 간의 관계는 얼마나 친밀했는지, 그리고 현재의 가정에서는 그것과 비교해서 얼마만큼 융통성이 있고 가족 간의 친밀감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서 부부 사이의 친밀감의 만족감과 욕구를 진단해 보게 된다. 원가정의 친밀함이 현재가정의 친밀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족의 예를 들어보자. 한 여자 분은 자신이 태어난 가정에서 아버지가 너무나 무서웠던 분이셨는데, 엄마는 그에 비해서 유약한 사람이어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가 사이가 좋지 않고 거리가 있었으며 외롭고 감정적인 돌봄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랬던 여자 분은 자신이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들을 절대로 외롭게 혼자두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고, 그래서 결혼을 하자 어린시절의 외로움과 채워지지 않았던 안정에 대한 욕구를 가정에서 채우고자 모든 일을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하고,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고 아이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고 알려고 하고 무조건 가족은 모든 일을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려고 했다. 이 가정은 극도로 친밀한 융합된 관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여자분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든 아이들은 엄마의 통제에서 점점 벗어나려고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게 된다. 


또 다른 가족의 예를 들면, 한 아내는 아주 친밀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남편은 가족들의 관계가 좋지 않고 상당히 독립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 아내는 자신의 가족과 경험한 친밀감의 깊이를 남편과의 관계에서 느끼지 못하기 떄문에 현재의 남편과의 관계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을 답답해 한다. 그런데 막상 그녀의 남편은 자신이 자란 가정에 비하면 현재의 가정에서는 아내와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나누고 여행도 한 번씩 가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가 너무 좋고 아주 가깝다고 여긴다. 아내는 친밀감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반면, 남편은 충분히 가까운 관계이기에 기회가 되면 조금이라도 더 혼자 있고 싶다고 느낀다.


위의 두 가지 예는 모두 원가정의 친밀감의 경험이 현재의 부부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를 잘 설명해 주는 예다.


부부 관계의 끝은 어디일까? 신이 죽음이라고 하는 고통을 통해서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같이 한 집에서 또는 결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부부 관계의 끝일까? 단순히 가까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서 많은 전문가들은 부부 관계의 끝은 친밀감을 통해 함께 의미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한다면 부부 사이에서 친밀감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인데 어떻게 건강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을까? 건강한 친밀감은 교집합과 합집합의 동일한 모습이 아니다. 부부 사이에 서로의 다른 점을 존중하고 서로의 필요를 존중하며, 그러면서도 함께 꿈과 비전을 공유하며 서로를 지지하며 둘이지만 한 방향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는 먼저는 서로에 대한 긍정적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오랜 관계의 어려움으로 서로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잃어버린 부부들이 많이 있다. 이런 부부들은 일시적으로 많은 시도를 하나 긍정적 관점이 회복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경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부부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존 가트만 박사님은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부부 관계를 세워나가기 전에 연애를 다시한다고 생각하고,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고 했던 것처럼 서로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작업을 다시 함으로써, 예전에 있었던 긍정적 관점을 새롭게 회복하는 일에 노력을 하게 한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긍정적 관점이 다시 생겨나면, 그제서야 갈등해소를 위한 이슈들을 다루게 되고 더 나아가면 부부의 꿈을 나누며 의미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두 번째로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는 부부 사이에 애착 고리가 안정적으로 잘 형성되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할 때 다가갈 수 있고, 다가가면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주고, 또 그것을 통해서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과정들이 있어서, 부부가 서로의 안식처이자 안전 기지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부부는 기분이 어떤 지에 대해서 물어봐 주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위로해 주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끝까지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고 잘 알아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에 위로와 지지를 잘 해주는 부부다. 서로의 안전 기지가 되어주는 부부는 서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사회에서 뜻을 성취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는 일을 서로에게 하는 부부다.


마지막으로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는 결혼을 했다고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특별하게 배우자를 돌보아 주는 시간들 또는 배우자와 놀이를 하는 시간들 또는 배우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을 결혼 이후에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의 스토리가 계속하도록 도와준다. 결혼 후에 아이를 돌본다고 늘 지쳐 있기만 하고, 남편은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해서 모든 시간을 직장에서 다 쏟아버릴 경우, 두 사람이 그 동안 저축해 놓았던 정서 통장은 금방 바닥이 보이고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우던, 직장을 다니던, 어떤 상황이든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가 배우자임을 기억하고 시간과 마음을 줄 수 있을 때, 부부 사이의 친밀감에는 녹이 슬지 않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부부 사이의 사랑의 친밀감은 두 사람의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며, 심리적인 안녕을 주어서 오래 건강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부부 관계의 친밀감에서 오는 행복과 평안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그러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감사를 더 가까이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호주기독교대학 김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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