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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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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다. 인생그래프( Life graph)는 인생 전체를 A4 용지에 가로줄을 긋고 나이를 10살 단위로 표기한 다음 좋은 일은 위로 나쁜 일은 아래로 넣어 보면서 나중에 서로 연결하여 인생의 전체를 살펴보는 하나의 상담 및 코칭의 도구다. 연세가 지긋한 성인들이 모여 있는 그룹이어서 그런지 인생 그래프에서 행복한 사건만 가득 차 있고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조금씩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살아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희, 노, 애, 락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필자의 인생 그래프도 몇 번의 제법 큰 굴곡이 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깊은 수렁과 같은 그 어려움들이 삶을 포기하게 되거나 깊은 상처로 남아있지 않고, 어려움 끝에는 매번 높이 치솟는 새로운 기쁨과 삶의 소망이 있었고, 경험이 가져다 준 깨달음으로 인한 인격적 성장과 지혜가 생겨났다. 그것을 생각해 보면 인생의 어려움은 경험하는 그 순간은 절망이고 암흑이나 어두움 뒤에는 반드시 빛이 있고 회복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함을 본다.


그런데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있어서 가족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필자의 가족은 매주, 가족의 시간 (family time)을 갖곤 하는데 지난 월요일에는 남편이 최근 힘든 시간에 대해서 나누면서 그 모든 시간동안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짊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그 말을 하는 남편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고 그것을 본 온 가족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가족이 얼마나 힘이 되고 가족이 힘든 시간을 버티는데 있어서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 지를 새삼 느끼며 가족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이론’ 이라는 책에는 가족을 이해하는 10가지의 가족학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에 있는 ‘가족 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이론’ 이 설명되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가족에 속한 각 개인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대처 능력이 부족한 취약한 부분에 부딪히거나 삶의 위기를 경험하거나 큰 스트레스를 만날 수 있는데 가족은 역경에 직면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자원임을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의 한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족 간의 관계가 좋은 학생일수록 코비드의 상황에서 덜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건강하고 강한 가족은 스트레스가 올 때 역경과 위험을 이겨내는 보호 요인이 되어서 가족으로 하여금 회복 탄력성을 증가하게 만들어서 가족은 더 적응적으로 되고 더 강한 사람들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삶의 어려움을 만날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할 것 같은가? 만약 단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할 것 같은 지를 한 번 생각해 보라. 이것은 당신이 스트레스를 당할 때 어떻게 다루는 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가 어떠한 지도 보여줄 수 있다.


호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다 보면 많은 어려움들을 당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교회를 가려고 하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영주권 스폰을 해주기로 했던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갑자기 교통 사고가 났는데 보험이 없어서 큰 돈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족을 바라보는 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이론은 이렇게 가족의 삶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스트레스 또는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스트레스는 개인과 가족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어떻게 기능하고 적응하는 지를 방해한다고 본다.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이 호주에 살면서 너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동생은 귀찮다는 듯 빨리 전화를 끊으라고 했고 부모님은 자신의 상황을 듣지도 않은 채 가족의 의무만 강조했다고 한다. 그 반응에 너무나도 좌절을 하고는 가족과 관계를 끊고 싶은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가족이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내가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 지를 함께 보여주었다. 이 가족은 한 가족 구성원의 위기에 무관심과 비난으로 반응을 함으로써 오히려 관계가 깨어지고 문제 상황에 자원을 하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하게 되었고, 가족의 기능과 적응을 방해하는 스트레스에 해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한 가족이 현재와 미래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 지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이 가족이 과거에 어려움이 왔을 때 가족들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을 했고, 가족들이 그 어려움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 지를 살펴보면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려움을 잘 극복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적 자원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자원을 동원하고 또 어려움을 대처하는 자원이 이미 있기에 지금 현재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거의 그 자원들을 다시 활용하여 어려움을 이겨내야 더 성장하는, 회복탄력성 즉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 혹은 도전이나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 을 함양하게 된다. 가족의 해체가 아닌 가족의 성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가족이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지 못했고 그래서 가족의 자원이 없는 경우에도 여전히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어떤 자원이 부족했는 지, 어떤 소통이 부족했는 지 어떤 지지와 격려가 부족했는 지를 확인하고, 현재에 당면한 스트레스에는 가족의 해체와 같은 파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가족을 새롭게 성장하는 길로 이끌도록 재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의 사람들은 많은 재앙적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전쟁과 기근과 홍수가 적지 않고 호주에서도 홍수, 산불, 무작위 칼부림, 높은 렌트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한인들 커뮤니티에 살인사건까지 생긴 경우도 있었다. 이런 스트레스는 어느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나는 위험한 상황을 만날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지도 한 번 생각해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족의 자원이 어떠한 지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보며, 현재 나의 가족에게 필요한 자원이 무엇이 있고, 강하고 건강한 가족이 되기 위해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어려운 인생길에서 가족을 통해 상처와 아픔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과 지지를 경험할 수 있을 때 가족은 튼튼한 보호막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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