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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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 번씩은 만난다. 어려움을 딛고 더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트라우마가 앞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고 계속 넘어지게 한다.
나무를 짤라 보아야 트라우마와 같은 겨울을 지낸 나무가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짐작만 할 뿐 알 수가 없는 것처럼 겉모양은 멀쩡한 사람들 중에도 나이테처럼 몸과 마음에 상처가 흔적으로 남아서 현재의 삶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분노나 예기치 않은 부분에서의 과민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평생을 트라우마를 연구하며 많은 사람들은 도와주었던 ‘몸은 기억한다’의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는 그의 책에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은 주변 모든 것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겹쳐 놓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 무엇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라고 말한다. 바로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가 해소가 되지 않아 일상에서 일어나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반복해서 트라우마의 상처가 되살아나며 그 상황에 반응하다 보니 바른 이해나 사고가 되지 못하며 점점 더 상처가 덧나기도 하고 오히려 더 커지기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반복된 외상을 경험한 사람인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 더 발전되어 여러가지 복합적인 정신 장애들이 동반되어지는 것도 종종 보게 된다.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처음 트라우마 치료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동일한 고통을 호소하는 군인들을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이 되었다. 전쟁을 경험한 이후 지금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상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전쟁의 총성과 전쟁의 기억을 자극시키는 사건이 생기면 과하게 반응하며 분노와 불안감을 느끼며, 마치 과거의 전쟁터에 다시 서 있는 것 같은 재경험을 하는 군인들이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베셀반 데어 콜크는 처음에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과 같은 형태를 통해서 서로가 공감하는 고통을 나누어 보도록 하였고 그들을 어떻게 도울 지를 많이 연구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참여한 사람들이 전쟁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열띤 반응을 보였기에 그들과 함께 과거의 고통을 나누고 공감을 해줄 수는 있었지만, 이들이 현재와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통합하여 현재를 잘 살아갈 것인가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의 일에는 흥미를 쉽게 잃어버리고 동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좌절을 가지고 일터를 옮기면서 또 다른 무리의 외상의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게 되었는데, 그들이 바로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성폭행과 근친상간과 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그들이 전쟁 경험이 있는 군인들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채 정신 질환들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똑같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자신이 태어난 가정의 부모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악몽과 과거 장면이 재현되는 증상을 겪고, 가끔 분노가 폭발했다가 때로는 감정이 오랫동안 차단되었다가 하는 증상이 있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된 증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군인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 전쟁지대에서 복무한 군인의 4분의 1가량이 미국에서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그런데, 미국 여성 1200만명이 성폭력 희생자이며 전체 성폭력 희생자 중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소녀라고 한다. 이것은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집에서 일상에서 전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해외의 전쟁터에 근무하는 군인 한 명이 있다면 일상에서는 열 명의 아이들이 위태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돕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미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돕는 치료가 필요하고 동시에 필요한 것은 그런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여 재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상담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은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폭력을 경험하였는데, 결혼을 하고 난 후 배우자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없자 결혼 생활에서 또 다른 트라우마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이런 증상들이 있는 것일까? 트라우마는 뇌에 손상을 입혀서 편도체라고 하는 위험경보를 알리는 기능을 하는 부분이 과 반응을 하게 만들어서 몸이 반응하게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위험에 처하면 몸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온 몸에 위험을 알리며 근육으로 피가 몰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져 도망가거나 싸우기 위한 태세를 하는데, 그 위험이 지나고 나면 빨리 모든 기능이 제자리로 오게 된다. 그런데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위험 경보가 고장이 나서 꺼져야 할 때 꺼지지 않고, 계속 몸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태가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하게 되고 위험을 감지한 몸은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부분을 하지 못하게 되어 분노와 불안과 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뇌 연구가 활발해 지고 특히 뇌의 영상을 관찰하는 부분이 활성화 되면서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척이 되었고, 지금은 트라우마에 도움이 되는 EMDR이라던가 마음챙김, 호흡법, 인지행동 노출 기법, 요가, 뉴로 피드백, 연극치료 등 도움이 되는 많은 전문 기법들이 개발이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들에게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는 딱지를 붙이기 전에 앞에서 설명한 트라우마의 특성을 앎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전문적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도록 도움을 주고, 재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한 배려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그들이 주위를 겉도는 주변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일상을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최근에는 병원, 커뮤니티 기관과 같은 공공 기관에서 Trauma Informed Practice를 많이 행하고 있는데 먼저는 가정에서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서도 이 부분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