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Complex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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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연 재해나 교통 사고 후에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을 보이고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재난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지만 일회적인 재난이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기도 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때 효과가 좋은 편이다. 필자는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는 EMDR 전문 훈련 과정을 받은 후, 다양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적용을 해 본 결과 일회적인 외상을 경험한 경우는 정말 효과가 극명하게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외상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치료법을 적용해도 변화가 적고 회복이 어려운 것을 보게 되었다. 실제로 아동기에 학대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일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한 사람들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지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이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어린 시절에, 특히 생애 초기의 경험에서 방임이나 학대가 반복적이며 장기간 진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따로 분류하여 이것을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이것이 아동의 발달과 연관되어져 있기에 ‘발달성 외상 장애’ 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특성이 있으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정하고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지속적인 방임이나 신체적 학대, 언어적 학대, 성적 학대와 같은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다. 또는 치료가 안되어 활성화되어 있는 정신 질환(예, 조현병, 조울증)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경우다. 여기에는 알코올과 마약과 같은 중독을 가진 부모도 포함이 된다. 그 외 장기적으로 발달 시기에 왕따를 당한다 거나 지속적인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을 받는 것도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었지만 옹호해 주는 보호자가 없어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가정에서 차별을 받을 때도 해당될 수가 있다. 어떤 한 분은 북한에서 탈출을 하고 호주에까지 오는 삶에 있어서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었고, 그 안에서 보호를 받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온갖 수모와 어려움을 겪어서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셨다.
이 장애는 얼핏 보면 다른 장애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기간 학습을 통해서 형성된 장애이기에 다른 장애와 같이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양극성 장애나 불안 장애 또는 주요 우울 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만난 한 분은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MMPI검사를 했을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 오랫동안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계셨고, 정신과에서도 우울증 진단을 받아 계속 약을 처방 받고 계셨다. 그런데 가족 분은 그 분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하시고, 또 나중에 나타나는 특성들을 살펴보니 경계성 성격 장애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다. 시간이 지나서 살펴보니, 정말로 이 분의 증상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게 되는 데는 어린 시절의 장기적인 외부로부터의 학대로 기인한 것도 있지만 유전적인 부분도 있다. 한국에 아동 학대로 신고한 케이스를 보면,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지 않거나 말썽을 부렸는데 부모가 심하게 그것에 반응한 경우들이 많이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학대를 했다는 것이다. 변명할 여지가 없이 부모는 아동 학대죄에 속하고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충동적인 행동을 잘하고 주의력이 없는 ADHD 아동이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학습 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안타깝게도 아동 학대에 노출될 확률이 일반 아동에 비해서 훨씬 높다.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인지왜곡의 문제가 많아서 자기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 부정확한 신념을 가지고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자신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거나,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세상은 가해자의 세상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심한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 수치감, 무력감, 불안, 압도, 자포자기, 자살 충동, 우울감을 느낀다. 그리고 심리적 괴로움이 신체 감각에 대해서도 불편감을 느낀다. 그것이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져 신체 질환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정신의 혼미를 경험하여 과거, 현재, 미래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위험에 대해서 과잉 경계를 하여 타인의 표정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그 외 대인 관계 문제, 중독 문제 등이 있고 가까운 사람을 지나치게 밀어내거나 비난하고 책망한다.
이런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성격적인 약점이 아니라 학습된 스트레스 장애 이기에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건강을 증진시키는 행동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인 소식이다. 한 여성분은 처음에는 무망감과 절망감이 혼재된 큰 불안을 경험하고 신체적으로는 불면증과 편두통에 시달렸지만, 치료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다시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을 돌볼 줄 알게 되었으며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이 나를 방임했고, 나는 지금 어른이 되었음에도, 몸을 돌보지 않아서 내 자신에게 소홀했어요. 그 분들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내 자신을 멋지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안정감과 안전을 발전시켜 나가고, 정서를 조절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법을 배우고, 수치심과 무력감을 이겨 나감으로써, 긍정적 자아상과 긍정적 자아 감각을 되찾아가는 회복의 여정은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인해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어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희망적이고 번영할 수 있습니다.”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