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료의 효과
작성자 정보
- 코리안라이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 조회
- 목록
본문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착하고 씩씩한 사람이었죠. 그런데 최근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인터뷰를 본 뒤 합격 여부를 알 수 없어 불안해하며 이틀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를 살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무서운 아버지가 있었고, 그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너무 무서워 테이블 밑에 숨어 있곤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성인이 되었지만, 그 시절 아버지로부터 경험한 트라우마가 심리적으로 깊은 두려움을 남겼고, 작은 염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 젊은이에 대해 트라우마 치료를 요청한 보호자가 있어, 직접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청년은 어머니와 함께 왔고,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시선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모른 척하고 트라우마 치료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설명을 들으며 청년과 어머니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느껴졌고, 치료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이 치료가 효과가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청년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어릴 적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에게 여러 번 따돌림을 당했고, 그로 인한 상처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직장에서 일할 때는 업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꾸중을 듣고 결국 쫓겨난 경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트라우마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고, 먼저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작업부터 진행했습니다. 그 이유는 트라우마를 바로 떠올릴 경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자신이 혼자 행복하게 있는 장면을 떠올렸고, 그 순간 내면의 행복감이 올라오자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왜 울었는지 묻자, “너무 행복해서 울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동안 마음속에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던 것일까요. 저는 그 반응을 보며 청년을 많이 격려해 주었습니다.
비록 친구는 많지 않았지만, 좋은 엄마와 가족이 자신을 지지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치료에서 ‘좋은 지원자’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청년과 총 4회에 걸쳐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두 번째는 학창 시절의 따돌림 경험을, 세 번째는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네 번째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다루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치료에서는 특히 극적인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청년은 처음 트라우마를 다룰 때는 “나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직후에는 “나는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치료에서는 “나는 강하다”, 세 번째 치료에서는 “나는 좋은 친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청년의 표정은 환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트라우마 치료를 통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불안한 생각이 사라졌고, 가슴의 답답함도 기적처럼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치료 후 청년에게 물었더니, 새로 시작될 일에 대한 기대만 있을 뿐 불안감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 후,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뇌 속에 갇혀 있는 기억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오늘을 살아가는 데 큰 장애가 됩니다. 반대로 그 기억을 잘 치료하면, 과거가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고 현실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비슷한 불안을 경험한 또 다른 여성분을 치료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치료를 받으며 “나는 과거와 미래에만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과거를 후회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왔던 것이죠. 그러나 치료를 통해 자아의 힘이 강해졌고, 자신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트라우마는 예기치 않고 원치 않는 경험이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그것을 방치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합니다. 과거에 머물러 현재를 잃지 않도록 말입니다.
요즘은 심리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회복의 길도 다양하게 열려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사례처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행복한 오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병은 알려야 한다는 말처럼, 심리적 아픔이나 트라우마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고, 주변의 지지자를 찾아 함께 해결해 나간다면 앞으로의 삶은 훨씬 더 가볍고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박사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