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칼럼

건축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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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일하면서 여러 가지 해석들과 다양한 시선들을 경험했다. 사실상, ‘건축’ 이라는 단어로 문화적 가치와 공간이 주는 영감으로 해석되기 보다는 부동산 즉, 재산의 한 일부분으로 일컬어지는게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우리가 말하는 부동산, Real Estate의 어원은 Royal 즉 귀족들의 토지라는 뜻이다. 자본주의에서 살면서 건축을 문학이라고 배우고 창의적인 종합 예술로 여겼던 필자에게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정해진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활하는 생활 공간, 그리고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의 디자인 혹은 구도가 사실상 우리의 일상 패턴과 사고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90년대식의 사무실을 생각해보자. 직사각형 모양의 구도에 사각형으로 정렬된 책상들, 그리고 책상들 사이에 Privacy(프라이버시)를 위한 높은 가리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상사들의 개인 사무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직원들 사이에 소통이 불편하고, 시각적으로도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직원들 사이의 서열은 단합이나 함께 일하는 사고 보다는 상사로 부터 떨어지는 명령(Order)을 처리하기 위한 구조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집은 어떠한가? 옛 한옥들을 살펴보면 집안에 사랑방이 위치했다. 다른 건축가의 말을 빌리자면, 한옥의 특징은 창을 열면 멀리서도 다른 공간을 볼 수 있게 구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안방과 사랑방 창들이 열려 있다면, 사랑방 손님이 식사를 하는지 책을 읽는지가 멀리서도 훤히 보인다. 이런 구도는 관리나 감독의 차원이 아닌 아마도 손님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다른 문화권의 건축물들은 어떠한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건물들은 그 구조가 단순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에게 친근한 뾰족 지붕의 형태로 양쪽 벽에 나열된 기둥들이 지붕의 무게를 견디는 모습이다. 구조적으로 너무도 흔하고 쉬운 형태이지만, 그 의미는 특별하다. 고래를 바다의 신의 후손이라고 생각하는 마오리 족은 지붕의 종도리가 선조들이 타고 온 배 혹은 고래의 척추를 의미한다. 그리고 나열된 기둥들은 하나하나가 조상들의 영을 담은 동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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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오리 전통 건축물

 

편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영감들이다. 더 많은 이익을 내야하고, 같은 면적의 집에 방 하나라도 더해야 하는 지금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의미 있고 뜻이 있는 공간을 찾기 힘들어 애석하기까지 하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의뢰인들 이라면 이러한 영감을 조금이라도 반영하는 집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의미 보다는 실용성과 보기 좋은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했다. 창문의 위치에 따라서 집으로 들어오는 채광의 강도와 양이 다르고, 선풍기와 에어컨에 힘을 빌리지 않아도 자연적인 통풍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똑 같은 방 개수를 갖은 집도, 방들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 가족들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 각자 방안에서 핸드폰을 하게끔 돋울 수도 있다. 


결국은, 사람이다.  

아무리 디자인과 구도를 엉망으로 한 사무실이나 집에도, 사람들 간에 서로 소통하기를 원하고 원만한 관계유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간이 어떻든 그 관계유지는 계속될 것이다. 마치,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서로 대화가 없어 온기가 전혀 없는 집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좁고 정돈되지 않은 콘크리트 벽 길을 찾아 걷겠는가? 나무와 꽃이 있어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고 걷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정원과 공원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비와 벌들도 찾아온다. 삶에 지치고 일에 지쳐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우리는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쉬기 바쁘다. 하지만 만약에 소파가 아닌 거실 한 켠에 노을이 보이는 창과 작은 소파가 있다면, 또 매일매일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해야하는 주부들의 메인 공간인 부엌에 바깥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조그만 창이 있다면 또한 그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과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생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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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

 

 

mih architect 

황용연 건축사   0451 377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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