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진 자유기고가

천국은 이곳에, 여행에서 찾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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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북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바닷가 동네(Tin Can Bay)에 가는 날이다.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여행하기에 좋지 않은 날씨다.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도 맑은 날씨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숙소를 예약했기에 갈 수밖에 없다. 바닷가를 거닐며 지낼 생각이었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눈에 익은 고속도로(M1)를 달린다. 출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자동차로 붐비는 도로다. 두어 시간 운전하여 휴게소에 도착했다. 주유소를 비롯해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 규모가 큰 휴게소다. 트럭과 캐러밴을 위한 주차장이 별도로 있을 정도다. 비가 흩날리는 날씨지만 휴게소는 여행객으로 붐빈다. 호주 대륙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러 다니기를 무척 즐기는 호주 사람들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올라가 제법 큰 동네(Gympie)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려 해안 쪽으로 40km 정도 운전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곧게 뻗은 한가한 2차선 도로다. 차창 밖으로 조림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목재로 쓰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군인 열병대처럼 줄지어 있다. 자세히 보니 나무들 사이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호주 사람들은 먹지 않는 고사리밭이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고사리를 따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나절을 운전해 목적지에 들어선다. 점심시간이다. 식당을 찾으며 운전하는데 골프장 클럽이 보인다. 인구라고 해야 2,000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동네다. 그럼에도 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호주에서는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클럽에 들어서니 뜻밖에도 중국 식당이 손님을 받고 있다. 꽤 넓은 식당이지만 비어 있는 식탁은 두세 개밖에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이렇게 외진 곳까지 찾아와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인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 한쪽에서는 생일 파티를 하고 있다. 색종이 모자를 쓰고 앉아 즐거워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순진한 어린아이들 같은 모습이 보기에 좋다.


다행히 흩날리던 빗줄기는 그쳤다. 숙소에 짐을 풀고 주위를 둘러본다. 운전에 지친 몸을 바닷바람이 쓰다듬어 준다. 바다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한가하게 걷는다. 썰물이라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물이 빠져나간 백사장 바닥에 걸쳐있는 하우스 보트도 보인다. 백사장도 걸어본다. 이름 모를 작은 생명체들이 바삐 움직인다. 나름의 삶을 꾸려나가는 작은 생명체 모습이 정겹다.


다음 날 아침 산책로를 다시 찾았다.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해는 이미 수평선 위로 떠올랐지만, 안개에 가려 옅은 빛만 바다에 비추고 있을 뿐이다. 수채화 물감을 미세하게 바다에 뿌려 놓은 것 같다. 바다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와 외로이 떠 있는 보트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국이 이러한 곳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면서 또 다른 천국을 바란다는 것은 욕심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에 잠시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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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화창한 날씨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숙소를 나선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동네, 무지개 해변(Rainbow Beach)에 가기 위해서다. 무지개 해변은 이전에 놀러 온 적이 있다. 강산이 한 번 이상 바뀌었을 오래전이지만, 모래 언덕 위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네 중심가에 들어서니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관광객도 많이 보인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인스킵(Inskip)이라는 해변 끝자락에 있는 장소로 가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섬이라는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를 오가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도로에는 모래섬으로 가는 사륜구동차가 많다. 해변을 끼고 조성된 캠핑장에는 캐러밴과 텐트도 많이 보인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도착했다. 코 앞에는 세계적인 관광지 프레이저 아일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해변을 걸어본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들이 보인다. 모래사장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바다와 백사장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발을 담그기가 무서울 정도다. 깊어서일까, 바다는 짙은 청록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눈부시다.


잠시 해변의 정취에 취해 있는데 젊은 남녀가 낚싯대를 들고 온다.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자마자 물고기를 낚아챈다. 큼지막한 꽁치를 연상시키는 물고기다. 하지만 잡아 올린 물고기를 주저 없이 옆에 있는 새(Pelican)에게 던져준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마리 잡아 올린다. 생선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파이크(Pike)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맛있는 생선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을 먹이를 구걸하는 새와 함께 나누는 강태공이다. ‘풍족한 곳에 인심 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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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벗어나 동네 중심가에 도착했다. 레인보우 비치라는 동네 이름에 걸맞게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지개색으로 장식해 놓았다. 전망대에 오르니 가슴이 뚫리는 듯한 바다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전망대를 떠나 기억에 남아 있는 모래 언덕을 찾았다. 가파른 모래 언덕을 걸어본다. 예전에 왔을 때 모래 언덕을 힘들게 걸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일까, 모래 언덕의 급경사에 겁도 나고 힘도 많이 든다. 나이는 못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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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떠나기 전에 하이킹 코스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젊은 남녀 둘이서 큼지막한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간다. 하이킹을 끝내고 숙소로 가는 사람일 것이다. 안내판을 보니 웬만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아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5-6일을 걸어야 하는 코스다. 젊었다면 도전할 생각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노년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서글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몸이 아니라도 서글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태어나서 청장년기를 지나 나이 들고 병들어 땅에 묻히는 것은 자연의 순리 아닌가. 나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감사하며 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비 온 뒤 싱그러움이 넘치는 차창 밖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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