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진 자유기고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작성자 정보

  • kang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20250302_122116.jpg

 

사진 설명: 스프링 브룩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펄링 브룩 폭포(Purling Brook Falls)

 

시드니에 살 때에는 블루마운틴을 많이 찾았다. 골드 코스트로 이주한 지금은 스프링브룩 국립공원(Springbrook National Park)을 찾게 된다. 크기 면에서는 블루마운틴에 비해 작지만, 수많은 폭포와 열대 우림의 웅장함은 뒤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산책로도 많다. 폭포를 보고 싶거나, 산내음이 그리울 때 자주 찾는 국립공원이 되었다.


요즈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핑계로 집안에서 주로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에 구름은 있지만 비가 올 날씨는 아니다. 몸과 마음에 활력도 넣을 겸 산을 찾아 나선다. 비가 많이 왔으니, 폭포도 볼만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마음 내킬 때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산이 있어 좋다. 


눈에 익은 도로를 따라 운전한다. 산에 가까워지면서 경사가 심해진다. 창문을 내리고 싱그러운 바람을 맞이한다. 오토바이가 줄지어 질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주말을 맞아 스피드를 만끽하는 중일 것이다. 백미러를 보니 뒤에서 차가 바짝 따라온다. 제한 속도에 맞추어 가고 있지만 따라오는 운전자가 보기에는 답답한 모양이다. 엑셀러레이터에 힘을 싣는다. 풍경 좋은 산속을 여유롭게 운전하고 싶었는데.


목적지 캐년 전망대(Canyon Lookout)에 도착했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서늘하다. 깊은 산속에 있음을 실감한다. 긴소매 옷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날씨다. 하지만 걷다 보면 몸에서 열이 날 것이다. 전망대에서 습관대로 사진을 찍는다. 멀리 골드 코스트 빌딩 숲이 보이긴 하지만 날씨가 흐려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다. 

 

20250302_112158.jpg


사진 설명: 캐년 전망대(Canyon Lookout)에서 바라본 전경

 

몇 번 걸었던 낯설지 않은 산책로에 들어선다. 조금 걸으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떠들썩하게 걸어간다. 쌍둥이 폭포(Tween Falls)를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 사람들도 있다. 폭포가 떨어지는 물에 몸을 담그려는, 추위를 모르는 젊은이들이다. 


폭포에 가까워지면 큰 바위들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산책로는 계속된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큰소리를 내어 바위에 부딪혀 나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오늘은 소리를 낼 수 없다. 주말이라 주위에 사람이 많다. 

 

20250302_102423.jpg


사진 설명: 동굴 입구를 연상하게 만드는 산책로

 

바위를 지나 폭포 가까이 왔다. 지금부터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안쪽으로 걸어야 한다. 물의 양이 많아 폭포에서 튀어나오는 물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옷을 적시기는 했지만 몇 번이고 다시 지나가고 싶은 특이한 경험을 한다. 


폭포 근처에는 가족을 비롯해 많은 남녀노소가 시간을 보낸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여러 각도에서 사진에 담는 사람들. 바위에 앉아 폭포를 마음에 담는 사람들. 물에 들어가 폭포수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나름대로 즐기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폭포를 지나 계속 걷는다. 폭포만 구경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금은 한가한 산책로다. 젊은 여자 두 명이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친다. 어느 정도 걸어 다른 폭포를 만났다. 폭포 아래는 바위뿐이다. 수영할 수는 없다. 떨어진 폭포수는 바위를 지나 계곡으로 흘러간다. 조금 전에 보았던 폭포보다는 높이가 낮지만 나름의 풍경을 뽐내고 있다. 다른 느낌을 주는 폭포에 반해 잠시 머문다.


이곳에는 갈림길이 있다. 곧장 가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또 다른 산책로가 계속된다. 조금 더 걸을 생각으로 오른쪽 산책로를 택했다. 산책로에 들어서니 경고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에는 450미터 되는 가파른 계곡이 있다고 한다. 빌딩 145층 계단을 걷는 것과 같다는 설명도 있다. 시간도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 경고문이다. 젊은 나이가 아니다. 오늘은 참자. 다음을 기약하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스프링 브룩 국립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장소는 펄링 브룩 폭포(Purling Brook Falls)라고 할 수 있다.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사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가지고 온 점심을 전망대에 앉아 먹을 생각으로 폭포를 찾아간다.


폭포 입구에 들어서니 도로까지 자동차가 줄지어 주차해 있다. 생각대로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주차할 곳을 찾아 주위를 살피며 다니는 자동차도 보인다. 주차할 장소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기대하지 않고 주차장에 들어선다. 의외로 가장 좋은 자리에 주차 공간이 있다. 지금 막 자동차가 떠난 것이다. 운이 좋았다.


샌드위치와 물병을 들고 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 갔다. 사람이 많다. 앉을만한 장소도 없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아래를 보니 물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직은 걸을 만하다. 폭포가 떨어지는 물가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예정에 없던 산책로를 따라 가파른 계곡을 내려간다.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폭포수가 눈앞에서 떨어지는 물가에 도착했다. 수영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바위에는 폭포를 보거나 수영으로 젖은 몸을 말리고 있는 사람으로 빈틈이 없다. 어느 정도 지쳐있기도 하다. 폭포가 잘 보이는 바위에 앉아 샌드위치를 꺼내 든다.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채우고 충분히 쉬기까지 했다. 다시 걸을 만하다. 가파른 계곡을 올라간다. 수많은 계단도 오른다. 언젠가는 몸이 허락하지 않아 이러한 곳에 오지 못할 날이 올 것이다. 아직은 산을 찾아다니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많이 걸었다. 집에 갈 시간도 되었다. 자동차에 오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골드 코스트를 긴장시켰던 태풍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는다. 국립공원이 생각난다. 둥지를 잃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은 야생 동물도 있을 것이다. 뿌리째 뽑힌 나무도 많을 것이다. 태풍이 휩쓸고 간 국립공원의 모습도 조금은 변해 있을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의 삶도 계속 변할 것이다. 미래의 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어떠한 내일이 다가올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느 철학자의 주장이 생각난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고통이라고 한다. 불안한 미래야말로 사람을 싱싱하게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나에게 다가올 불확실한 내일을 사랑하며 오늘도 하루를 지낸다.

 

20250302_103032.jpg

 

사진 설명: 쌍둥이 폭포(Tween Falls)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9 / 1 페이지
RSS
번호
제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