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무고한 옥살이' 제이슨 로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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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보상금 얼마나 받을까?
98년 경찰관 2명 살해 종신형 복무 중 무죄 석방

지난 1998년 멜번 남동부 무라빈에서 발생한 두명의 경찰관 살해 사건의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지 22년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평결로 석방된 제이슨 로버츠에 대한 형사 보상금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589844454544.jpg 실크-밀러 경관 살해 사건의 공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가 이후 재심을 통해 석방된 제이슨 로버츠, 사진 출처: AAP

올해 41세인 로버츠는 지난 1998년 8월16일 무라빈 워리걸 로드에 있는 중식당 실키 엠페러 근처에서 잠복 근무 중이던 당시 35세의 세인트킬다 경찰 소속 선임 경찰관 로드니 밀러와 34세의 프러랜 경찰서 소속 개리 실크 경사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경찰관들은 당시 멜번 남동부 지역 레스토랑에서 잇달아 발생한 10건 이상의 무장 강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경찰 특수 수사대의 일원으로, 사건 당일 밤 실키 엠페러가 잠재적 범죄의 목표라는 제보를 받고 근처에서 잠복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두 경찰관은 차량 한 대(현대 엑셀 해치백)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한 후 근처 코크레인스 로드에서 차량을 멈춰 세웠다. 실크 경사가 면허증 요구를 위해 차량의 조수석 쪽으로 다가 갔을 때 차량 내부에서 총탄이 발사됐고 실크 경사는 가슴과 골반 부위를 맞고 쓰러졌다. 뒤이어 로드니 밀러 경관을 쏜 범인은 차에서 내려 실크의 머리에 세번째 총탄을 발사해 그를 즉사시켰다. 밀러 경관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도주하던 차량을 향해 4발을 응사한 후, 실키 엠페러 레스토랑을 향해 되돌아 가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뒤이어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으며 인근 클레이튼의 모내쉬 메디컬센터로 후송됐으나 몇 시간 후 순직했다.

16589844472269.jpg 지난 1998년 8월16일 순직한 프러랜 경찰서 소속 개리 실크 경사(당시 34세, 왼쪽)와 세인트 킬다 경찰 소속 선임 경찰관 로드니 밀러(당시 35세), 사진 출처: ABC 뉴스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증거를 통해, 엑셀 차량은 당시 내리 워렌에 거주하던 벤달리 뎁스의 소유로 밝혀졌고,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DNA분석을 통해 그는 1995년과 1997년 시드니 서부와 멜번의 어퍼 비콘스필드에서 각각 도나 앤 힉스 및 크리스티 매리 하티라는 이름의 여성들을 살해한 범인으로도 확인됐다. 

제이슨 로버츠는 사건 발생 2주년을 몇일 앞두고 당시 거주하던 크랜본에서 뎁스의 공범으로 체포됐는데 그는 다름아닌 뎁스 딸의 남자 친구로 1998년 3월에서 7월 사이 뎁스와 함께 최소 10건의 무장 강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빅토리아주 고법은 2003년 2월 실크와 밀러 경관 살해 혐의로 뎁스와 로버츠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당시 17세였던 로버츠는 뎁스와 벌인 10건의 무장 강도 혐의에 대해선 이후 범행을 인정했지만 실크와 밀러 경관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했다. 로버츠는 사건 당일 뎁스의 딸인 니콜과 함께 있었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해왔다.  

재판 당시 증언을 거부했던 니콜 뎁스가 판결 후 10년이 지난 2013년이 되어서야 사건이 발생했던 밤 로버츠가 내리 웨렌의 집에서 자신과 함께 한 침대에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을 폭로했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로버츠 역시 과거 조사 과정에서의 위증을 번복하고 경찰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게 된 것이 궁극적으로 이번 무죄 평결로까지 이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로버츠가 경찰 조사에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교정당국은 신변 보호를 위해 로버츠를 독방으로 이감시켰고 그는 무려 10년동안 하루 23시간 다른 재소자들과 격리된 상태로 수감 생활을 해야만 했다.     

빅토리아주 항소법원은 지난 2020년 로버츠에 대한 경찰 살해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을 명령했다. 올해 3월 시작된 재심에는 모두 90명의 증인이 소환됐고 뎁스 역시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경관 살해 당시 로버츠가 자신과 함께 있었으며 실크에게 첫발을 발사해 치명상을 입힌 건 로버츠였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4개월 가까이 계속된 재판에 뒤이어 목요일부터 주말을 포함해 5일간 진행된 최종 심의를 통해 로버츠가 실크-밀러 경찰관 살해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으며 범행은 뎁스 단독으로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16589844486607.jpg 지난 2003년 실크-밀러 경관 살해 사건 재판에 출석한 주범 벤달리 뎁스, 사진 출처: AAP

로버츠는 배심원단의 무죄 판결 결정이 내려진 7월11일 수감 중이던 질롱 인근의 바원 교도소에서 전격 석방됐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역시 바원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 조지 펠 추기경도 자신이 교도소에서 알게 된 로버츠의 무고함을 확신한다며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재심을 촉구한 바 있다.  

로버츠는 여지껏 자신이 실크-밀러 경관의 비극적 살해 사건과 무관하다고 누누히 주장해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마침내 20년만에 집으로 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된데 안도감을 느낀다. 언론이 나와 내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22년간 무고한 옥살이를 한 데 대해 로버츠에게 지급될 형사 보상금의 규모가 얼마가 될 지에 모아지고 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지난 2010년 강간 혐의로 유죄 확정을 받은 후 18개월간 복역했다가 무죄가 입증된 패라 압둘카디르 자마에게 52만5천불의 보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  

수도권준주(ACT) 정부 역시 지난 1989년 1월 콜린 윈체스터 당시 연방경찰 부청장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9년을 복역했다가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데이빗 이스트먼에게 보상금으로 3백만달러를 제시한 바 있다. 이스트먼은 이를 거부하고 ACT정부를 상대로 1천800만달러의 손해 배상을 청구해 7백만달러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한편 고인이 된 두 경찰관의 동료이기도 했던 빅토리아주의 셰인 패튼 경찰청장은 로버츠에 대한 이번 무죄 판결로 24년간 이어진 한편의 대하 드라마(saga)가 '실망스러운' 결말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됐다며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족들 역시 이번 판결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경관 살해 사건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앞서 뎁스와 함께 저지른 10건의 강도 사건과 관련해 여전히 기소 상태인 로버츠는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앞두고 9월 법원에서 열릴 유죄 인정절차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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