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마이트 '풍취'도 무형의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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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서부의 관문 웨스트게이트 브릿지 근처에서 발산하는 독특한 냄새가 한가지 있다. 바로 인근 포트 멜번의 예전 크라프트 공장에서 풍겨나오는 베지마이트의 독특하고 구수한 냄새이다.
현재 베가 치즈가 소유하고 있는 베지마이트 웨이 1번지 소재의 이 공장은 지난 1920년대부터 호주인들이 아침 식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 스프레드인 베지마이트를 생산해왔다.
멜번 시티 카운슬은 내셔널 트러스트와 함께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피셔맨스 벤드의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베지마이트 공장과 사우스 워프의 하역 시설인 셰드21 그리고 포트 멜번의 SEC 변전소 부지를 세계대전 및 전후 멜번의 공업화와 산업도시로서의 번영을 상징하는 역사문화지구로 선정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부분의 경우 문화유산 보존은 특정 장소의 역사적 그리고 미적 중요성을 인정하는데 그치지만 문화적 랜드마크의 '소리와 냄새'를 인정하고 이를 보존하려는 시도 역시 전세계적으로 무수히 많다며 베지마이트 공장의 '또 다른 감각적 특성', 다시말해 베지마이트 특유의 냄새 또한 보존되어야 할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티 카운슬은 그러나 포트 멜번 공장에서 풍겨나오는 독특한 냄새가 '무형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지에서 그 냄새가 유지되도록 강제할 경우, 앞으로 있을 피셔맨스 벤드 개발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해 이를 향후 부지개발 계획 검토에 이용될 수 있는 '유산자산 서술서(Statement of Significance)'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카운슬이 의뢰한 독립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국가적 아이콘 중 하나이기도 한 베지마이트의 냄새를 유산 서술서에 포함시키라는 권고가 포함되자 카운슬은 입장을 급격히 선회했고, 이번주 예정된 회의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내셔널 트러스트 빅토리아 지부의 펠리시티 왓슨 대표는 이는 부지에서 냄새가 지속적으로 발산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중요성을 인정하자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베지마이트의 제조사인 베가 치즈는 최근 피셔맨스 밴드 공장을 1억5천만 달러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부지가 팔리더라도 베가 치즈는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이곳에서 계속해서 베지마이트와 다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멜번 도심에서 5km 떨어진 피셔맨스 벤드는 멜번의 첫 공항이 위치했던 곳이며 2차대전 기간 중에는 전투기 제조공장이 있었고, 2017년 공장 폐쇄 때까지 홀덴이 80년간 자동차 생산라인을 운용하던 곳이다. 홀덴의 피셔맨스 밴드 공장을 1억 3천만 달러에 매입한 빅토리아 주정부는 이곳을 항공 우주산업과 방위 산업 그리고 해양산업 분야를 이끌어 나갈 거점으로 개발할 방침인데, 멜번대학교가 현재 최첨단 시설의 공과대학 캠퍼스와 디자인 혁신 허브를 이곳에 짓고 있는 중이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