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빚 만들어 짜낸’ 로보데트..”조악하고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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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왕립위원회 최종 보고서 발표
책임자 대한 민・형사상 소송 권고.. 실명은 비공개
알바니지 총리 “중대한 배신과 인간의 비극”
16889706567659.jpeg 캐서린 홈스 위원장(오른쪽)이 데이비드 헐리 총독(왼쪽)에게 로보데트 왕립위원회 조사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AAP.

센터링크 부채 자동 추징 프로그램 ‘로보데트’(robodebt)는 조악했고(crude), 잔인했고(cruel), 불공정했으며, 불법적이었다. 3권에 거의 1,00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호주식 특검’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의 결론이다.

캐서린 홈스 위원장은 지난 금요일(7일) 57개의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 실패한 악성 프로그램에 관련된 인물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향후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보고서 일부는 ‘봉인’된 채로 호주연방경찰(AFP), 국가반부패위원회(NACC) 등 여러 연방 기관에 전달됐다.

홈스 위원장은 “많은 사람을 범죄자처럼 느끼게 한” 로보데트와 이를 도입한 불성실한 정부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녀는 “사람들은 돈을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로보데트는 “인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공공 행정의 실패였다”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로보데트가 사회보장법과는 관계 없이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복지 수혜자의 소득을 추정하기 위해 소득을 평균화했는데, 이는 수입이 없었던 사람을 수입이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정부 수당 초과지급분을 돌려받으려 했던 시도는 사회적 약자를 되려 궁지에 몰아넣는 꼴이 됐다. 

로보데트는 ‘당신은 정부에게 빚을 졌소’라는 “허구”를 지어냈다. 2015년 중반부터 2019년 말까지 약 44만 명의 복지 수혜자에게 17억 6,000만 달러를 불법 청구했다. 그렇게 정부는 38만 명에게 7억 5,100만 달러를 받아 갔다. 그 불법성이 드러나자 전 정부는 부당 추징한 돈을 갚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시점은 이미 이 추징 제도가 사회 안전망을 뒤흔든 뒤였다. 보고서는 “로보데트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안전망을 전복시켰다”고 말했다. 정부 빚 독촉으로 어떤 피해자들은 자살 직전까지 내몰렸다. 왕립위원회는 적어도 3명이 로보데트 정책의 영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발견했다.

보고서 서문에서 홈스 위원장은 정부가 이 제도의 합법성을 보장하는 데 거의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복지 수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이 부족했고, 시행도 서둘렀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부정직함과 공모가 있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경험한 당혹감도 드러냈다.

로보데트와 관련 부처를 이끌었던 장관도 여럿이다. 스콧 모리슨 전 총리를 포함한, 스튜어트 로버트, 앨런 터지, 크리스천 포터, 머리스 페인, 마이클 키넌 등이다. 

홈스 위원장은 모리슨 전 총리를 겨냥해 그가 장관직 수행에 실패했으며, 내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질타했다. 2015년 시행을 앞두고 로보데트 제안서를 내각에 제출한 인물이 당시 소셜서비스장관(2014.12-2015.9)이었던 스콧 모리슨이다. 그는 2019년에 이 프로그램이 불법이라고 선언됐을 때 총리였고, 2020년 6월에 사과했다.

보고서는 장관이었던 모리슨 전 총리가 자기 부처에서 소득 평균화와 관련해 입법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뒤집었는데도 아무런 검토를 하지 않고 내각에 제안서를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왕립위원회는 모리슨 전 총리가 그가 소득 평균화에 대한 경고를 들은 적이 있는데도 내버려 둬서 “내각이 오도되는 것을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모리슨 전 총리가 제출한 증거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왕립위원회는 소득 평균화가 확립된 관행이자 휴먼서비스부가 일하는 “기초적인 방식”이라는 말을 그가 들었다는 증거를 “사실이 아니라고 거부한다”고 밝혔다. 휴먼서비스부 담당자가 모리슨 전 총리에게 소득 평균화를 “기초”라고 설명했을 리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구심은 품었지만 장관으로서 내각 결정을 일단 옹호해야 했었다는 장관도 있다. 스튜어트 로버트 전 정부서비스장관(2019.5-2021.3)이다. 왕립위원회는 그의 주장을 일부 긍정했지만, 그 정도를 벗어났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가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부채의 정확성을 사실에 입각해 진술했다”고 짚었다. 또 “무엇도 고의로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앨런 터지 전 휴먼서비스장관(2016.2-2017.12)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논평을 저지하기 위해 복지 수급자 정보를 공개하는 “권력 남용”을 저질렀다고 왕립위원회는 보고했다. 캐스린 캠벨 전 휴먼서비스부 차관(secretary)은 로보데트 운영 부서 책임자였는데도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실질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질책받았다.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로보데트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한편, 이 사건이 함축하는 “중대한 배신과 인간의 비극”에 전 정부를 맹비난했다. 총리는 힘주어 말했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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