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원주민문화유산법’ 폐기 발표, 시행 39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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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업계, 농업 부분 “폐기 환영”
원주민 단체 “문화 유산 보호의 후퇴”
‘목소리’ 국민 투표 영향에 촉각
16915374647532.jpg 서호주가 시행 39일만에 원주민문화유산법을 폐기했다. (사진: shutterstock) 

로저 쿡(Roger Cook) 서호주(이하WA, Western Australia) 주총리가 시행 39일 만에 원주민 문화유산법(Aboriginal Cultural Heritage Act)의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쿡 주총리는 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토지 소유주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번 조치는 새로 시행된 법안에 대해 농업 부문을 중심으로WA 내에서 광범위한 반발이 있은 후 나온 것이다. 폐지된 원주민문화유산법에 따르면 1,100평방미터 이상의 소유를 보유한 지주들은 엄격한 유물 평가를 받게 되 많은 재정적으로나 물류적으로 부담을 느꼈다.

현재의 원주민문화유산법은 2020년 다국적 광산 기업인 리오 틴토(Rio Tinto)가 주칸 협곡(Juukan Gorge)에 있던 고대 원주민 유적지를 파괴한데 대한 대응으로 서둘러 만들어졌다.

이 기업은 채굴 활동 중 4만 6천년된 것으로 알려진 원주민 거주지를 파괴했다. 이에 WA 정부는 기존의 원주민문화보호법을 폐기하고 새롭게 강화된 법을 통과시켰으나 이번에 다시 폐기가 결정된 것이다.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여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니 부티 (Toni Buti) 원주민부 장관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개정 이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피터 콜리어와 같은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잘못된 처신을 지적하며 법안 철회를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 법안의 탄생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사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WA의 원주민문화유산법은1972년에 최초로 제정되었다. 지난 2017년 벤 와이어트(Ben Wyatt) 전 원주민부 장관이 자문 보고서를 통해 법의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4년에 걸쳐 수많은 공청회, 설명회, 워크숍을 거친데 이어 주칸 협곡 문화제 파괴 사고가 터지면서 2021년 최종적으로 새로운 원주민문화유산법이 만들어 졌는데 시행된 지 39일만에 폐지된 것이다.

WA 정부가 법안을 폐기한 것을 두고 민간 부분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정부가 시민의 우려에 기꺼이 적응하고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원주민 유산의 보호를 위태롭게 하는 실수로 보고 있다.

주칸 협곡 사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푸투 쿤티 쿠라마(Puutu Kunti Kurrama)와 피니쿠라(Pinikura) 원주민들은 1972년 법안으로 되돌아간 것은 원주민 문화유산 보호의 후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반면 광업 및 탐사 회사 협회(Association of Mining and Exploration Companies)와 같은 단체는 이번 결정이 업계에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WA 정부의 이번 조치가 원주민 자문기구를 헌법 기관으로 만들려는 국민투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미카엘라 캐시(Michaelia Cash) WA 상원의원은 지난 토요일(5일) 연방 정부가 서호주에서 발생한 혼란에 주목하고 법안 발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서호주에서 발생한 혼란은 우리 헌법에 '의회에 대한 목소리'가 명시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나쁜 법안은 폐기할 수 있지만 헌법을 한 번 바꾸면 다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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