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카 라이퍼, '스타 교육자'에서 '성범죄자'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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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여학생 피해자 고소, 강간 포함 18건 혐의 유죄 평결
2008년 이스라엘로 도주, 2014년 체포, 2020년 호주 송환
멜번 남동부 초정통파 유태교 학교인 아다스 이스라엘 여학교(Adass Israel School)의 말카 라이퍼(Malka Leifer) 전 교장이 재직 시절 2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18건의 성학대(강간 포함)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라이퍼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시 니콜 메이어(Nicole Meyer), 다씨 에를리치(Dassi Erlich), 엘리 새퍼(Elly Sapper) 등 세명의 여학생을 성적으로 학대한 27건의 혐의로 기소돼 6주간 재판을 받아왔다. 빅토리아지법 배심원단은 지난 3일 6건의 강제 성추행을 포함한 에를리치와 새퍼에 대한 18개 혐의에 대해서 유죄 평결을 내렸다. 메이어에 대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평결했다.
호주의 10만명 유태인 가운데 절반 가까운 4만6천여명이 거주하는 멜번에는 시티 근교 남동부 코필드(Caufiled)와 세인트 킬다(St Kilda), 벤틀리(Bentleigh)를 중심으로 상당수가 1930-40년대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동부 유럽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후손인 유태계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아다스 이스라엘 공동체는 자체 학교와 유태교 회당 그리고 상점을 운영하면서 구성원들이 외부 세계와 최소한의 제한적 소통만을 하는 ‘근본주의적 종교 성향’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남녀는 유치원부터 분리되며 여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궁극적으로 유태인 가정의 바람직한 아내와 어머니가 되기위한 전통 방식의 교육을 받는다. 섹스는 자손을 생산하기 위한 성스런 행위로 교육된다.
이스라엘에서 영입된 라이퍼 전 교장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아다스 이스라엘 학교의 ‘메나헬(또는 학교장)’로 부임했고 스스로가 여덟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인자하면서도 카리스마를 지닌 여장부다운 풍모로 공동체 안에서 율법교사인 랍비 못지않는 존경을 받았다.
라이퍼는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친근함을 그들의 몸을 쓰다듬고 만지는 방식으로 표현하곤 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학대 속에서 성장한 피해자들은 친근함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라이퍼 전교장의 방식에 낯설어하면서도 이를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어머니의 진정한 사랑으로 여기게 됐고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자신들에게 보여주는 관심과 지원에 대해 고맙게 생각했다.
하지만 라이퍼 전교장은 세자매의 전적인 신뢰를 악용했고, 범죄 행각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졌다. 심지어 자신과의 경험이 "결혼 첫날밤 무엇을 해야할지 아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강간과 성추행은 학교 교실과 교장실 그리고 라이퍼 전 교장의 자택에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세 자매는 여러해 동안 자신들에게 일어나던 일에 대해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학생이었을 때 시작된 추행은 이들이 교사가 되어 학교에 남게된 후에도 계속됐다. 라이퍼 전 교장은 에를리치에게 자신과 있었던 일들을 다른 교사들에게 말할 경우, 세자매가 그토록 수치스러워하는 가정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세자매는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자신들은 공동체 내에서 결혼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에를리치는 2008년초 사회복지사인 차나 라비노비츠 앞에서 라이퍼 전 교장과의 비밀을 털어놨고 라비노비츠는 메이어에게 연락해 그녀 역시 라이퍼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
라이퍼는 이사회에서 해임된 직후 공동체 관계자의 도움으로 당일밤 4명의 자녀와 함께 홍콩을 경유해 황급히 이스라엘로 도주했다. 학교는 라이퍼가 출국한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혐의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 멜번 유력지 디 에이지(The Age) 보도가 나간 후 호주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라이퍼는 2014년 이스라엘에서 체포됐다. 그는 제기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호주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맞서 인도 절차가 6년 가까이 지연됐다. 하지만 2020년 이스라엘 법원은 호주 송환을 결정했고 2021년초 코로나 사태로 공항이 폐쇄되기 불과 몇시간 전 라이퍼는 멜번으로 압송됐다.
빅토리아지법 배심원단은 6주간 진행된 재판 끝에 평결을 위해 9일간 32시간 심의를 진행했다. 최초 5개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라이퍼는 평결을 듣기위해 단호한 자세로 서 있었고, 자매들의 눈가엔 눈물이 고여 오르기 시작하던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후 평결은 모두 유죄였다.
세자매는 자신들이 현재 아다스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서 철저히 배척당하고 있으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언어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이 끝난 후 법정 밖에서 에를리치는 자매들을 대표해 "라이퍼의 학대로 우리는 수년간 인질로 살아왔다"며 "오늘부터 우리는 어린 시절 라이퍼에게 빼앗겼던 힘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