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1일 ‘세계 모국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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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천여개 언어 중 절반 사라질 위기 처해
호주 원주민 250개 언어 중 40개만 현재 사용 중
“언어 보호운동 의미로 계승, 발전되어야”
2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 IMLD)이다. 199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모국어의 날은 방글라데시인들의 ‘모국어 찾기 투쟁일’ 기념에서 유래됐다.
남부 아시아의 인도 북동부에 있는 방글라데시(구 동파키스탄)는 1971년 서파키스탄(지금의 파키스탄)에서 유혈 독립투쟁을 통해 분리․독립했다.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파키스탄어인 '우르두(Urdu)'만 공식어로 채택했으며 방글라데시어인 '벵골어'를 학교 교육과정에서 제외시켰고 문학에서도 모국어 표현을 못하도록 억압했다.
이에 시민들은 모국어인 '벵골어'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고 1952년 2월 21일 운동은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아 대학생 4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유혈 투쟁의 결과로 국가 공식 언어로 벵골리가 채택됐고 유네스코가 방글라데시인들의 모국어 찾기 투쟁을 기려 '국제 모국어의 날'로 지정했고 매년 세계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인도학과 방글라 문학ㆍ 영화ㆍ 역사를 연구하는 호주인 학자인 존 후드 박사(Dr John Hood)는 SBS 방송 인터뷰에서 "2월 21일은 언어의 존재 자체를 위한 싸움이었다. 당시 엄격히 정부에 의해 강행됐던 통금 시간을 어기고 전 시민이 피를 흘리며 투쟁했던 날"이라고 설명했다.
벵골어는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며 호주에는 약 7만여명의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언어 운동가이자 호주 모국어 운동 조직가인 니말 폴(Nirmal Paul)은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운동에 나선 시민들이 총에 맞아 사망에 이르는 것은 아마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월 21일은 2000년 UN이 세계 모국어날로 지정하기 전인 1999년까지는 순교자들의 날(National Martyrs’ Day)로 알려졌다.
학생 운동가로 활동하며 총격사건 당시 살아남은 학생으로 추후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은 압둘 마틴(Abdul Matin)의 아내 굴바단 네사 모니카(Gulbadan Nesa Monica)는 인터뷰에서 "21일 총격사건 이후 현장에 임시 순교자 탑(Shaheed Minar)을 세웠지만 정부가 그것 마저도 철거해 버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정부는 1983년이 되서야 학생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탑을 완공했다.
사호주 커튼대학(Curtin University)의 경영 및 마케팅 대학원 앤워 사다트시물(Anwar Sadat Shimul) 박사는 "1980년대 말과 1900년대초 지역 초등학교에서 열린 행사들이 기억에 남는다. 2월 21일을 기념하기 위해 수천개의 임시 기념물이 전국에 세워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당일 아침 순교자의 탑 앞에 모여 경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방글라데시를 넘어 전 세계가 모국어의 날로 2월 21일을 기념한다. 일부 방글라데시인들이 세계의 날이 되면서 방글라데시의 역사의 의미가 퇴색하는게 아닌가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날을 통해 역사, 유산, 문화를 유지하는데 있어 모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데 있어 방글라데시의 역사적 날을 함께 기념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된다고 생각한다.
방글라데시인들은 1952년 투쟁으로 언어를 지켜냄으로써 그들만의 나라와 풍부한 문화가 있다는 개념을 강조해야 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로 다양한 분야에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에쿠셰이 파닥(Ekushey Padak)' 상을 당일 수여하며 매년 2월 국가 언어 정책을 구현하는 정부 지원 기관인 방글라 아카데미(Bangla Academy)를 통해 한달간 도서 박람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호주국립대학교(ANU)가 진행하고 있는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7천여개 언어 중에 절반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추가 조치가 없는 한 금세기 말까지 수많은 언어가 사라질 수 있다.
또한, 전세계 인구 40%가 모국어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네스코는 이를 위해 다중 언어 사용 언어 연구를 올해부터 심층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호주에는 원주민 언어 250개 중 40개만이 현재 사용되고 있으며 이중 12개 언어가 교육되고 있다.
니말 폴은 "세계 모국어의 날은 방글라데시의 과거의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닌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재 언어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의 날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