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서거로 ‘입헌군주제’ 지지율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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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더 멀어진 ‘호주 공화국’ 제정

[로이모건 설문] 호주인 6:4로 현체제 지지

알바니지총리 “첫 임기 중 국민투표 계획 없다”

‘공화국 전환 논의’ 언제부터?.. 기약 없어

 

로이모건 SMS 여론조사 결과, 호주인의 60%는 현재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를 유지하는데 찬성했다. 40%는 선출된 국가수반이 있는 공화국(Republic)으로 헌정 체제 전환을 지지했다.

 

60%의 입헌군주제 지지는 종전보다 약 5% 상승한 것으로 거의 최고 수준이다. 성별로는 여성의 66%, 남성의 54%가 찰스 3세 국왕을 호주의 국가수반(head of state)으로 유지하는 것을 지지했다.

 

이 설문조사는 찰스 3세가 영국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동시에 호주를 포함한 15개국의 새 국왕으로 선포된 후인 지난 12일(월) 1,012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조사 질문은 “당신의 의견으로, 호주가 입헌군주제로 남아야하는가 아니면 선출된 대통령이 있는 공화국이 되어야하는가?”였다.

 

“In your opinion, should Australia remain a MONARCHY – or become a REPUBLIC with an elected President?”

 

지난 1994년부터 2008년 사이 로이모건 여론조사에서 항상 헌정 체제 변화(공화국 제정)가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입헌군주제 유지를 앞섰다. 그러다가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the Queen’s diamond jubilee)인 2012년 6월 입헌군주제 지지율이 62%로 정점을 찍었다. 2020년 11월 이후 공화국 제정보다 입헌군주제 유지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그러다가 여왕 서거 직후 60%로 상승했다. 일시적인 반등인지 언제까지 상승세를 탈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동안 기세가 꺾이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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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조명 이미지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주요 이유는 ‘왜 변화가 필요한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고치지 말라(‘Why change?’: ‘If it ain’t broke, don’t fix it’)는 논리다. 지지자들은 호주가 수십년동안 안정화되고 안정적인 정부가 출범하는데 입헌군주제가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가수반으로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의 공화국으로 변화를 원하는 호주인들은 “국가수반은 반드시 외국인이 아닌 호주인이어야 한다. 호주는 완전하게 독립국이 되어야 한다. 또 호주의 과거사(식민지 역사)를 붙들고 있는 것은 원주민들(First Australians)에게 모욕”이라고 주장하며 헌정체제 변화를 지지한다. 

 

찰스 국왕 즉위와 더불어 진보 정당인 녹색당은 호주 공화국 제정 논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호주공화국운동(Australian Republic Movement: ARM)은 15일 성명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업적에 찬사를 표하고 “여왕 서거로 인한 공식 애도 기간동안 캠페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이 이슈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ARM의 샌디 바이아(Sandy Biar) 전국 위원장은 “전국적인 애도 열기 속에서 입헌군주제 지지율의 상승은 놀랍지 않다. 앞으로 몇 달 후 독립국으로서 호주의 미래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논의가 시작되면서부터 실질적인 지지율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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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호주 국왕 선포식에 참석한 호주 여야 대표들

 

호주는 존 하워드 총리 때인 1999년 공화국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republic referendum)를 했는데 10% 차이로 부결됐다. 이 국민투표는 전체적으로 과반 이상의 찬성과 6개주/2개 준주 중 절반 이상이 찬성을 해야하는 조건이 붙었다. 또 질문도 현행 입헌군주제를 연방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President appointed by a two-thirds majority of the members of the Commonwealth Parliament)을 국가수반으로 대체하는 것을 승인하는지 여부였다. 이같은 까다로운 통과 조건과 의회 선출 대통령 질문을 만든 이유는 강력한 입헌군주제 지지자인 하워드 전 총리가 국민투표의 부결을 원했기 때문이다. 23년 전인 1999년은 지금과 전혀 양상이 달랐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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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선포식에 걸린 여왕 애도 호주 조기

 

여왕 서거로 입헌군주제 유지 지지율이 반등하자 연방 상원의원(타즈마니아 담당) 출신인 에릭 아베츠(Eric Abetz) 호주입헌군주제리그(Australian Monarchist League) 위원장은 “호주인의 정서는 분명하다. 다수가 입헌군주제에 만족한다. 일부 자유분방한 공화국 지지자들은 여왕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입헌군주제리그의 전 위원장인 데이비드 플린트 교수(Professor David Flint)는 1999년 공화국 전환반대운동(‘No’ campaign)을 주도했다. 그는 “공화국 전환 찬성 캠페인(‘Yes’ campaign)은 요즘 ‘청록색 지역구(teal electorates)’로 불리는 진보 성향 지역에서만 지지를 받았다. 유권자들은 이 이슈에 관심이 없고 강력한 새 관심사(기후변화)를 발견했다. 호주에서 공화국 제정 질문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전망했다.

 

원칙적으로 공화국 제정을 지지하는 입장인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서거한 여왕 애도 기간 중 국민적인 단합을 촉구하면서 “공화국 제정보다 원주민 헌법상 인정(an Indigenous Voice to the Parliament)이 시급한 이슈이며 이를 우선 추진할 것이다. 첫 임기 중 공화국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영국 TV 대담에서 여왕 서거로 호주에서 입헌군주제 지지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질문에 대해 그는 “지켜보자, 지금은 애도 기간”이라고 답변하며 즉답을 피했다.

 

공화국 제정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사적으로 로드맵 작성을 논의 중인데 국민투표를 다시 할 필요성에 대해 최대 5년을 검토 중이다. 알바니지 총리가 첫 임기 중 계획이 없다는 밝힌 배경과 같은 맥락이다. 일부는 내년 이후 예상되는 국왕대관즉위식(the King’s coronation ceremony) 이후에나 공화국 제정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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