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시장 개입’ 칼 꺼내‘ 정전 사태’ 일단 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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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너지시장운영공사(AEMO) ‘공급통제권’ 발동
알바니지 총리 “위기 극복 후 넌센스 규정 전면 개혁해야”
에너지자원 부국인 호주가, 특히 동부 지역이 겨울철 전력 공급난으로 오늘내일 정전을 걱정해야 하는 한심한 단계까지 도달했다. 동부 지역은 해안의 에너지원과 가용 발전량은 충분하지만 전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간단하다. 발전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통제기관이 몇 배나 치솟아버린 전력 도매가를 제한하고는 있지만, 국내 발전사들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기를 생산하지 않기로 담합했다. 이는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아 국민들을 볼모로 전력공급을 틀어쥔 기업들이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이에 감독 기관인 호주에너지시장운영공사(AEMO)가 15일 도매 전력 현물시장(spot market for wholesale electricity) 운영을 전격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AEMO의 비상 대권 발동으로 어느 발전소가 언제 전력을 생산, 공급하는 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전력 생산 비용의 급등과 겨울철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고륙지책이다.
AEMO는 퀸즐랜드주와 NSW의 주민들에게 전력 수요가 큰 야간 피크 시간에 전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발전사에 전력을 더욱 많이 공급하라고 강제로 지시해야 했다. AEMO가 공급을 통제하는 대신 발전소들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크리스 보윈 기후변화 겸 에너지 장관은 “정부는 비상 대권을 발동한 AEMO의 시장 개입을 지지한다. 필요한 시기만큼 개입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로드 쉐딩(load shedding, 부하 차단)을 피할 충분한 공급이 있다”고 동부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앞서 AEMO가 에너지 도매가격을 메가와트시당(MWh) $300으로 제한하자 발전사들이 강하게 저항했다. 일부 석탄 및 가스 화력 발전사들은 그 가격으로는 전력을 많이 생산할 수 없다면서 전국전력시장(NEM)에 대한 공급 제안을 철회했다.
호주에서 가장 큰 도매 전력 시장은 호주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80%를 책임지고 있는 전국전력시장(NEM)이다. NEM은 빅토리아주, 퀸즐랜드주, NSW, 남호주주, 수도준주(ACT), 타즈매니아주 등 6개의 주/준주를 잇는다.
호주에너지규제국(Australian Energy Regulator : AER)은 발전사가 시스템을 놓고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상한제가 발동했을 때, 발전사는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EMO가 생산을 명령했을 경우에는 더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클레어 새비지(Clare Savage) AER 이사장은 “발전사들의 결정에 가격상한제에 따른 보상은 회피하고, AEMO 명령에 따른 보상을 받으려는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전사에 발송했다. AER는 이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발전사들의 결정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동당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풍부한 에너지 자원, 부족한 전력 공급’이라는 모순이 잉태한 호주 전력 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개혁해야 할 국가적 과제를 물려받았다.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10년동안 정부와 정책의 계속된 실패와 관리 소홀에 갑작스런 국내외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호주 동부 지역이 겨울철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일단 이 위기를 벗어나면 상식 밖의 국내 에너지시장 규정은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ABC 방송은 “호주 동부의 전력 공급 실패는 특정 에너지 유형이나 특정 대상이 아니라, 10년 이상 시스템 전체가 불가피한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을 게을리했던 호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노동당이 계획한 재생 에너지 기반의 NEM을 다음 10년 동안 구축해야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출처 : 한호일보-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