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마음의 풍요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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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셨던 햇살이 어느새 서늘해진 느낌으로 다가오며 목덜미를 스카프로 감싸게 만든다. 계절의 민감함을 느끼게 되는 이 순간, 자연의 섬세한 변화에 감성마저 예민해지며 더 깊어지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며, 삶의 소중함과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가을이 오는 이 시기에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매일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세상은 여행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 사건이 부활절을 전후해서 있었다. 가톨릭 종교의 지도자인 두 큰 별이 지상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하늘의 고향 집으로 평안하게 여행을 떠났다. 두 분의 떠남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한 소중함과 영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도 사랑과 감사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이었던 프랑스 출신의 두봉 주교님은 70여 년 사제의 삶을 사랑과 헌신으로 한국에서 봉사했는데 지난 4월 10일 선종하셨다. 그의 삶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신앙과 봉사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나눔과 베풂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제였다.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 교회와 특히 농촌 지역 사회,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설립 등 약자들 편에 서서 예수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실천한 분이셨다. 두봉 주교님은 언제나 겸손과 사랑이 가득한 미소로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았으며, 신앙의 빛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의 삶은 신앙의 본질인 사랑과 봉사의 잣대가 되었으며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소중한 유산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어린이와 같은 해맑은 웃음소리로 상대방을 함께 웃게 해주셨던 분,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였다. 하지만 그 말은 우리 모두가 진심을 담아서 그분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
“두봉 주교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한국사회에서 헌신했던 봉사와 사랑을 기억하며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기도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인종과 나이를 초월해서 가장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분이 266대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세상의 빛이 되어주었고 약자의 아버지로 불렸던 교황 프란치스코, 그가 88세의 나이로 영원한 여행을 고향인 하늘로 떠나가셨다.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며 교황님의 따뜻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교황의 선종을 기리는 가슴 뭉클한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 영상은 누군가 AI로 만든 것이다. 어린 소년이 예수님과 탁상에 마주 앉아서 교황의 선종에 대하여 질의응답으로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다. 대화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서 소개해본다.
소년의 첫 질문은 “교황님이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예수님과 함께 있나요? 라고 묻는다. 예수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야, 물론 그는 지금 나와 함께 있다. 그는 이 세상에서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신심이 그를 하늘의 집으로 인도했으며, 그의 삶은 나의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며, 가슴으로 기도하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나는 항상 그와 함께 있었고, 그가 조용히 기도할 때에도 나는 언제나 그와 함께였다. 그는 더는 고통, 공포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릴 것이다. 나의 존재는 영원하단다.”라고 대답해준다. 소년은 다시 물어본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나요? 예수님은 그가 자랑스러운가요?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할까요?”
예수님은 소년에게 그가 사랑과 희망의 상징임을 알려주며, 모든 이들이 그의 삶과 가르침을 기억하고 기리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 의미는, 교황님이 사람들에게 가졌던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우리가 간직하며 살아갈 때, 그의 영혼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며 사랑을 나눌 것이라는 깊은 뜻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두 성직자는 하늘에서 서로 포옹하며 미소짓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두 분 성직자의 거룩하고 참된 신앙과 약자를 보호하는 선한 영향력이 오래도록 세상 사람들에게 빛으로 남겨지기를 희망해본다.
이 계절에 우리도 내 이웃에게 가슴으로 온기를 전하며 두봉 주교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이 부활절 시기에사랑과 행복의 소중한 순간들이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득 채워주는 시간이 되어주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황현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