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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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 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 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봉우리(김민기 작사, 작곡)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주제곡으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에게 올림픽 다큐 아이디어를 제안하다가 노래까지 만들게 된 것인데 주목 받지 못한 사람들, 언더그라운드의 사람들,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하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겠다.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사야 66:13)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지만 안타깝게도 메달을 따지 못해 실망하고 좌절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노래!
수고했다! 괜찮다! 그 봉우리도…
신앙을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따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여러 다양한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는 노래!
그 봉우리도 괜찮다! 주님과 동행하는 여정이니… 우리의 주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우리의 숙명은 높은 곳이 아닌 ‘낮은 데로만 흘러’가는 삶이 아니던가…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는 것처럼 김민기 선생님은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뒷것’이라 자신을 불렀지만 천재적인 겸손함으로 만들어낸 유산들은 참 많은 ‘앞것’들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저는 이제 저만의 봉우리를 오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하렵니다. 한동안… 이 노래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도윤
푸른파도교회 목사
Hope College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