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칼럼

하나님이 하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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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를 포함 4명의 간병인들이 중증 장애인 1명을 시설에 입주시켜 풀타임으로 돌보는데 연간 75만 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2013년에 호주가 도입한 국가장애보험제도(NDIS)입니다. 2024-25년 호주연방정부 총 예상 수입이 7,340억 달러인데, 이 중 421억 달러를 이 제도에 할당합니다.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나라나 제도, 시설에 상관없이 슬프고 고된 일입니다. 


한 크리스천 어머니는 외아들이 선천성 청각 장애인으로 판정났습니다. 자신이 죄책감과 절망감으로 여러 번 죽고 싶었었다고 말합니다. 닉 부이치치의 부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닉이 사지가 없이 태어났을 때, 그의 아빠는 충격과 괴로움으로 정신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도 닉을 보거나 품에 안기를 거부하며 간호사들에게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간호사들은 돌아서서 눈물을 흘렸고, 옆에 있던 조산사도, 갓난 아이 닉도 모두 울었습니다. 새 생명으로 인해 기쁨이 넘쳤어야 했던 산실은 슬픔만이 가득했습니다. 닉의 부모들이 다니던 교회는 그의 출생을 애도하며, 하나님께서 왜 그런 일을 허락하셨는지 항의하였습니다. 상황이 너무나 낙담스러워서 아무도 닉의 엄마에게 꽃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절망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닉 부이치치의 "한계 없는 삶"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길을 걷다가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구걸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하도 불쌍해 자신들의 마음까지 우울해지고 어두워집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이 사람이 날 때부터 눈이 먼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이다.” (요한복음 9:3) 날 때부터 눈 먼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 즉,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이 사람이 눈을 떠서 보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지체없이 그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실행하십니다. 그냥 “눈을 뜨고 보라” 말씀만 하셔도 되는데, 굳이 “일”을 하십니다. 먼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흙을 준비하시고, 여기에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침을 섞어서 안연고를 만드시고, 그걸 이 사람의 눈에 발라 주십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상황과 자원을 활용하셔서 생명을 구원하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날 때부터 눈 먼 이 사람도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쓰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이 침을 섞은 진흙을 자신의 눈에 마구 바르실 때부터 무시 받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이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으라” 하시면서, 지도나 주소도 주지 않으셨을 땐 (실제론 별 도움도 안되겠지만) 그냥 가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람은 무례하시고 무모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릅니다. 하나님은 이 사람의 눈을 뜨게 하시고, 이 사람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드러내시게 된 것입니다.


많은 능력을 가졌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부족하고 심지어 장애가 있지만 “하나님의 일”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평생 8천 곡 이상의 찬송시를 남긴 패니 크로스비는 유명한 찬송가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를 썼습니다. 그녀는 사고로 인해 유아기부터 시력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겨우 여덟 살 때 이런 시를 썼습니다.


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가, 

비록 볼 수 없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만족하리라 결심한다.

다른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는 

얼마나 많은 축복을 내가 누리고 있는가. 

눈이 멀었다고 흐느끼거나 한숨짓는 일을, 

나는 할 수 없고, 결코 하지 않으리!


패니 크로스비는 90세가 넘도록 살면서,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살려고 하는 아름다운 정신은 그녀의 삶 내내 빛났습니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통해 한 사람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어떻게 나타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다 크고 작은 장애를 달고 삽니다. 그럴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드러내는 값지고 보람된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골드코스트 선교교회 박갈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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