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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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변호사
H & H Lawyers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호주에서 한국인들이 본의 아니게 마약 운반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한국과 호주 양국이 모두 마약의 소지나 운반 등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호주에서는 비교적 마약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 역시 마약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처벌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바, 이번 칼럼에서는 마약 운반과 관련한 최근의 형사 사건 사례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사건은 마약 운반이나 소지에 대한 큰 경각심 없이 사건에 연루되어 결국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서, 마약 범죄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드니에 사는 청년 두 명이 어느날 퍼스(Perth) 로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이들은 퍼스(Perth)에서 승용차를 렌트하여 약 일주일간 지낸 후 렌트카를 반납하고 새로 SUV자동차를 렌트하여 약 2주 후에 멜버른에서 반납하는 것으로 계약을 하였습니다.
이 청년 둘은 SUV를 렌트하자마자 자동차 용품 가게에서 서브우퍼(Subwoofer)를 사서 트렁크에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차량을 운전하던 중 South Australia의 한 지역에서 경찰의 차량 검문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차량 검문을 실시하던 중 트렁크에 보관되어 있던 서브우퍼 안에서 메스암페타민(일명 ‘아이스’) 약 10kg 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5백만 달러 정도의 가치에 해당하는 양으로서 마약 관련 다른 범죄 사례와 비교하여 보아도 매우 많은 양에 해당됩니다. 위 메스암페타민이 발견될 당시 서브우퍼는 트렁크 안에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차량과 서브우퍼는 단지 나사로 조여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트렁크 안에는 이 두 청년의 가방과 소지품도 모두 있었고, 서브우퍼 안에서 발견된 메스암페타민에서는 이 청년들의 지문이나 DNA 등이 검출되지 않아 이들이 직접 위 메스암페타민을 소지하여 운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두 청년은 마약 운반 혐의로 기소가 되었고, 약 2년에 걸친 재판 후 결국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호주에서 마약을 운반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검찰은 다음 내용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마약 범죄도 혐의와 관련된 피의자를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해당 피의자가 마약을 운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해당 피의자가 해당 물품이 마약인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 즉 고의성을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의라는 것은 마약임을 알고 있었거나, 마약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하면 후자의 경우 일반인의 시각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물품이 마약임을 직접 보거나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그것이 마약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떠한 상황에 놓인 일반적인 사람이 “이거 상황을 보니 마약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행위를 하였다면 그것이 바로 유죄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 재판의 쟁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인은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어떠한 정황상 내가 불법적인 물건을 소지하거나 운반하는 것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이 마약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인이 마약에 대하여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만큼 오히려 마약 관련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습니다. 반면에, 호주인들은 한국인에 비하여 비교적 마약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을 접할 경우 그 불법적인 물건이 마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따라서 호주 법정에서 그것이 마약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주장은, 호주인들의 마약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방식을 기준으로 볼 때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지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청년이 아무리 서브우퍼 안에 숨겨진 것이 마약인 줄도 몰랐고, 누가 숨겼는지도 모르겠다며 마약과의 연관성을 부인해도 호주 재판부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청년들은 새 SUV를 렌트하고 약 2시간 후에 서브우퍼를 구입하였고, 그리고 약 15시간 후에 서브우퍼 안에서 마약 10kg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약이 서브우퍼 안에 보관되려면, 이들이 직접 마약을 건네받아 서브우퍼 안에 보관하였거나 아니면 서브우퍼를 산 곳에서 이 둘이 알았거나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이것을 서브우퍼 안에 보관하였어야 합니다. 또는 차량을 운행하는 도중 어떤 시점에 마약이 보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호주법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이 두 청년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 10kg의 마약이 보관되었다는 것에 합리적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적어도 이 두 청년이 그것을 마약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호주 법원의 판단은 이 두 청년에게는 매우 억울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5백만 달러나 되는 마약임을 알았거나 적어도 이를 의심하였다면 그들의 행동이 매우 달라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이 마약 공급자들은 대부분 위의 두 청년과 같이 마약에 대하여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범죄에 이용합니다. 설령 위의 사례와 같이 범죄행위가 발각되더라도 이용당한 사람이 이용한 사람의 존재를 모르면, 이용한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빠져 나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항상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마약 운반 등의 범죄로 처벌받는 것은 결국 이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옮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정황상 그것이 불법적인 것으로 의심된다면 섣불리 이를 승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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