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변호사 비용 청구

작성자 정보

  • 칼럼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Costs in Criminal Cases (변호사 비용 청구)


강현우 변호사

H&H Lawyers 대표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경우에 따라 검사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과 달리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무조건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법원의 명령에 의해 검사로부터 변호사 비용을 지불받을 수 있습니다. 


Local Court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 다음 네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판사가 결정합니다.

  1. 해당 범죄의 수사과정이 불합리하거나 부적절한 경우
  2. 기소에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부정직하게 공소가 제기된 경우 또는 검사의 조치나 언행이 부적절한 경우
  3. 해당 사안에 관하여 검사가 미리 알거나 알아야 하는 사항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경우
  4. 상기 사항 외 변호사 비용 청구에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각 조항을 보면 기본적으로 검사 혹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잘못이 있는 경우 변호사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증인이 위증을 하거나 증언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는 검사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대한 변호사 비용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피해자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후 기소를 하고 재판을 진행할 뿐,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의무는 없습니다. 물론 피해자의 진술이 전혀 말도 안되는 내용이거나 의심할 만한 명백히 정황이 있다면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 사건에는 물증같은 다른 증거가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소위 ‘1:1 증언’ 상황이 됩니다. 피해자는 ‘맞았다’고 주장하고, 가해자 즉 피고인은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의 주장에 배치되는 다른 증거가 있지 않는 한 경찰은 기소를 하게 됩니다. 물론 이 때 피고인이 정말 때린 사실이 없다면, 기소되고 재판에 임해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억울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상황에서 피해자가 법원에 출두하지 않거나 증언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위증을 한 것이 들통나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이 억울한 피고인은 추후 검사에게 변호사 비용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답은 ‘할 수 없다’ 입니다. 수사단계에서 피해자가 거짓증언을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나 증거가 없었다면, 경찰로서는 자신들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므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법규정은 기본적으로 호주 사회의 ‘상호 신뢰’와 ‘진실성 중시’ 풍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호주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경찰에게 허위로 신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경우를 굳이 가정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허위 신고가 늘면서 이러한 인식에도 금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경찰의 수사방법이나 위 법조항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적용되는 조항은 1항과 2항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증거가 불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경우’입니다.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거나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우선 기소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증거물을 제출할 의무가 없는데다, 증거가 무엇이 있었는지도 경찰만이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기소를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중과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체포와 기소 여부이지 진짜 유무죄 여부는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재판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길게는 1~2년씩 걸리기 때문에 이 때엔 이미 대중의 관심이 식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기에 기소 취하를 해야한다고 건의하였음에도 윗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소를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경우입니다. 결국 무리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피고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변호사 비용 2만불을 지불하라는 판결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피자헛 배달기사 강도사건’으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날 저녁, 피자헛에 배달주문이 들어왔다. 배달을 요청한 주소는 아파트였는데, 막상 기사가 도착해보니 방호수가 없었다. 주문한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때, 복면을 쓴 두 명의 남자가 한 쪽에서 나타났는데, 한 명은 총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배달기사를 협박하여 그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과 피자를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수사 끝에 전화번호의 주인을 찾아냈습니다.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였고 침대 밑에서 배달기사가 묘사했던 총과 비슷하게 생긴 장난감 총이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전화번호의 주인을 신문하였고, 그는 범행이 있었던 당일 자신의 휴대폰을 다른 친구가 빌려 썼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친구에게 휴대폰을 빌려준 후 둘은 헤어졌고 빌려준 휴대폰은 그 다음날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경찰은 그의 말을 믿고 친구를 찾아 기소하였습니다. 다른 증거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용의자는 두 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들고 있었다는 것과 비슷한 총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해당 총의 소유자를 기소하지 않고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범죄자들에 대해 ‘키 약 180cm 가량의 30대 남성과 약 170cm 정도의 20대 남성’이라고 하였는데, 총 소유자와 그의 친구는 키 약 160cm의 15세 남성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경찰은 당연히 수사를 더 진행하여 다른 증거가 있는지 확인했어야 합니다. 총기에서 누구의 DNA가 검출되는지, 집에서 발견된 복면에서 누구의 DNA가 검출되는지, 통화 내역을 확인해 범행시각 부근 어느 지역의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을 조사해야했지만, 경찰은 전화번호 주인의 증언만을 믿고 기소를 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에게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증거 부족으로 기소 취하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서 전화번호 주인은 자신이 경찰에게 진술했던 내용을 번복하여 판사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는 증인’이 되어, 그의 증언은 증거능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였던 이 사건은 무죄 판결 및 변호사 비용 지불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판사의 판결문은 당시 기소 취하를 건의했던 제 보고서의 내용과 동일했지만, 이 사건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채 종결되었습니다. 게다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아무런 죄값을 치르지 않고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사실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 청구 관련 법조항의 목적 중 하나는 억울하게 기소된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나마 약간의 피해보상을 해주는 것입니다. 허나 해당 조항은 위와 같은 상황을 막는 데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찰이나 검찰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이렇게 국민들의 세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도, 그리고 피고인이 무고하게 기소되거나 진짜 범인이 아무렇지 않게 활개치고 다닐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면책공고: 본 컬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속한 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Email: [email protected] Phone: +61 2 9233 1411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 / 2 페이지
RSS
번호
제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