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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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은 배심원 공판까지 가게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실제 제가 담당했던 사건이며 성공적으로 변호하여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K 씨(남)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Y 씨(여)를 만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 둘은 서로 SNS 아이디를 주고받고 헤어졌습니다. 그 후 며칠간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하다 약 일주일 후쯤 다시 만나게 되는데, 만나서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이날 둘은 키스를 하게 되었고 K 씨가 Y 씨를 집에 데려다주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K 씨는 Y 씨와 남녀 관계로서의 만남을 추구했으나, Y 씨가 자신은 호주에 공부를 하러 왔기에 남자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후 둘은 한동안 만나지 않다가, K 씨가 본인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연락을 하자 Y 씨가 ‘가기 전에 보자’고 하여 둘이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날 둘은 저녁 식사 후 한 한인 식당에서 약 4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당 CCTV를 보면,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술을 따라주고 마시면서 애정 행각을 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새벽 2시쯤 둘은 나와서 K 씨의 아파트로 갑니다. 여기서부터 진술이 엇갈리는데, Y 씨는 경찰에 ‘본인은 술을 마시다가 기억이 끊겼고, 다음 기억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였다’고 했습니다. 그다음 기억은 K 씨가 자신의 위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데, 본인은 거부를 하고 밀쳤으나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식당이나 아파트의 CCTV의 내용은 달랐습니다. 한인 식당에서 나올 때 그들은 손을 잡고 있었고 서로 허리를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연인처럼 걸어 나갔습니다. 아파트 입구 CCTV에도 둘이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며 웃으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Y 씨와 K 씨가 아파트에 들어가고 약 4시간 후 Y 씨가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CCTV를 보면 Y 씨는 매우 화가 나있고 물건들을 던지며 나옵니다. 그 후 Y 씨가 다시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자신의 신발을 가지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다음 CCTV의 장면은 Y 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바닥에 쓰러져 걷지를 못하며 기어가는 것입니다. 그때 다른 사람이 와서 Y 씨를 도와주고 그녀는 본인이 성폭행 당했다고 하여 경찰이 오게 됩니다.
K 씨는 이로 인해 성폭행으로 기소되고 구속되었습니다. 구속된 상태에서 제게 연락을 하였고 저는 바로 다음날 보석 재판을 준비하여 K 씨는 보석을 받아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K 씨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둘이 술을 마실 때 분위기가 좋았고, Y 씨가 먼저 내 아파트에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아파트에 들어간 후, 오히려 Y 씨가 적극적이었고 둘이 관계를 갖게 되었다. 당시 나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성관계를 하기가 힘들어 안 하려고 하였으나, Y 씨가 워낙 적극적이어서 꽤 오랜 시간 시도를 하였다. 그래도 내가 계속해서 제대로 하지 못하자, Y 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옷을 챙겨 나갔다. 나는 너무 당황한 채 그녀를 내보냈는데, 곧 경찰이 와서 체포가 되었다"라는 것입니다.
둘이 식당에서 했던 행동, 아파트에 가기 전 행동, 엘리베이터를 올라갈 때 행동, 그리고 이후 4시간 동안 방에 함께 있었다는 물적 증거인 CC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소하였고 재판을 강행하였습니다. 이런 사건이 기소되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으나 호주에서는 충분히 기소될만한 사안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있었고, 그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 당한 것 같은데 피해자 본인은 당시 너무 취해서 기억을 하지 못하므로, 그 ‘정신이 없고 기억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진 관계는 성폭행이라는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배심원 공판이 진행되어 12명의 배심원 앞에서 진술하고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모순들과 문제점들을 지적하였고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반박하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하지 않고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성폭행 사건, 특히 배심원 재판에서는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호주는 문화상, 성폭행 피해자가 거짓말로 본인이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하거나 진술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합의 제도가 있는 게 아니고, 설마 돈이나 다른 목적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기에 오히려 그렇게 공격을 했다가는 역공 당할 수 있습니다. 여성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갈 경우, 오히려 배심원이 변호인단을 싫어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결론은 무죄였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본 사건의 피의자/피고인이었던 K 씨는 이로 인해, 한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몇 년간 재판을 받으며 변호사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나, 이를 보상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호주의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그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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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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