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형법에서의 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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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 H Lawyers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법전문 변호사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로,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처분의 한 유형입니다. 다시 말해 일정 기간이 지날 경우 특정 범죄를 기소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이 완전히 소멸됨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공소시효가 지나게 될 경우, 범죄를 저지른 것이 입증되어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는데,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5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까지 있습니다.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경우 그동안 2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이 되어 왔으나, 2015년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강간등 살인이나 13세 미만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죄 등에도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으나, 이와 같은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범죄에 공소시효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호주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범죄가 거의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Summary offence (경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범죄들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Summary offence 란 벌금형이나 6개월 이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말하며 대부분의 음주운전이나 교통법 위반, 공공장소에서 욕설이나 음란행위를 한 사건 유형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경범죄의 공소시효는 범죄를 행한 날로부터 기간이 계산됩니다. 범죄가 발생한 뒤 6개월 안에 기소를 해야 하며, 기소를 하지 않을 경우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기소한 죄목이 틀렸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이를 정정해야 하며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기소가 불가능해집니다.
변호사들이 이러한 부분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의뢰인이 면허 취소기간 중에 운전한 혐의로 기소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건 발생 뒤 약 한 달이 지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의뢰인은 무죄 주장을 하였고 이에 따라 공판 일정이 잡혔습니다. 법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공판이 열릴 때까지 4~5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시간을 좀 더 벌어서 6개월이 지나게 하는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판에서 사실관계를 살펴보니, 이 사람이 운전을 했을 당시 사실은 면허 취소 상태가 아닌 면허 정지 상태였는데 경찰이 처음에 기소를 잘못한 것입니다. 공판날까지 이 사람을 “면허 정지상태에서의 운전” 혐의로 정정하여 기소를 하지 않으면 앞서 기소된 “면허 취소상태에서의 운전” 혐의는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고,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인 6개월은 이미 만료되었기 때문에 검사는 이 사람을 “면허 정지상태에서의 운전”혐의로는 영영 기소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호주에서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범죄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이후 언제든지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합니다. 의뢰인들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걱정을 하며 제게 연락을 주실 때가 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에게 경찰 수사가 종결되었다거나 앞으로 기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확인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5년 후, 혹은 10년 후에라도 경찰은 언제든 사건을 다시 열어 기소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범죄의 특성에 따라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피의자가 재판을 받는 데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면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가능합니다.
가정폭력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해당 사건이 아닌 몇 년 전에 발생한 사건들까지 모두 얘기를 하면, 경찰은 과거의 사건으로 피의자를 기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던 과거의 피해 사실을 설명하고 증거를 제시한다면, 아무리 오래된 사건이라고 해도 기소가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혼과정에서 과거에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판결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하여 이런 전략을 취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주변인들, 심지어는 변호사들이 이런 식으로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몇년 전, 호주에서 카톨릭 교회의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특검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했던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섰고, 이로 인해 3~40년 전에 발생한 사건들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저 역시 검사로 재직할 당시 이런 사건들을 상당히 많이 맡은 바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아동이었던 피해자는 성인이 되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피해자들은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을 다시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기 원한다면, 많은 시일이 흐른 후에라도 법의 심판대 위에서 재판을 받게 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소시효의 존폐를 둘러싸고 언제나 갑론을박이 있어 왔지만 양측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어떤 문제로 기소가 되었다면, 해당 유형의 공소시효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형사법 전문가의 법률 조언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한국법 내용 감수: 조옥아 한국변호사
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 이메일: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www.hhlaw.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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