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변호사 쓰지 말라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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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종종 의뢰인으로부터 “주변 사람들이 한인 변호사 쓰지 말라던데, 괜찮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싶어 되려 반문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의견을 들어본 결과 크게 두 가지 까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는, ‘한인 변호사는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인 변호사를 선임하여 사건을 진행해 봤더니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관련 법안이나 쟁점을 잘 파악하지 못했거나 설명을 시원하게 해주지 않았거나 혹은 심지어 영어 실력이 부족하여 의뢰인에게 실망을 안겨준 경우들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한인 변호사는 재판에서 말도 잘 못하던데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곤 합니다. 사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보니 반박하는 게 쉽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검사 생활을 하다 변호사로 개업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검사 시절 맡았던 수많은 한인 사건들에서, 의뢰인이 변호사의 무능함으로 인해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런 사건들 때문에 답답해하던 중, 한 파트너 변호사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일해보자”며 손을 내밀기에 검찰복을 벗고 변호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검사 시절뿐 아니라 변호사로 일하면서도, 다른 변호사의 손을 거치며 거의 망쳐져가던 사건들을 본 궤도에 되돌리는 작업을 하며 한인 변호사 때문에 알게 모르게 피해를 봤던 의뢰인을 접할 때가 아직도 종종 있습니다.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전문 직종으로서 변호사 협회를 통해 여러 까다로운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법률 조언과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하며, 여러가지 엄격한 법규들의 적용를 받는 직업입니다. 만일 변호사가 이러한 법규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위반의 정도가 심각하다면 변호사 자격 박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자격 박탈을 당한 한인 변호사 중 알려진 것만 벌써 3건이고, 이 외에도 실제로는 더 많은 관련 법규 위반 사례들이 있지만 신고가 되지 않고 조용히 묻혀버린 경우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부 몰지각하거나 실력이 없는 변호사들 때문에 전체 한인 변호사들이 도매금으로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점점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 있는 한인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 주류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여 결코 뒤지지 않게 뛰어난 능력을 펼치고 있는 한인 변호사층도 두터워졌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하는 변호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백인 위주의 호주 사회에서, 더더군다나 보수적이라는 법정에서 변론을 해야 하거나 호주 주류 사회에 속했다고 여겨지는 상대방과 법적 다툼을 해야 할 때, 한인 출신이란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하며, ‘아무래도 백인을 쓰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라고 막연한 생각을 하는 경우였습니다. 다시 말해, 법률 시장에 아직도 인종 차별이 만연할 것이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절대 사실 무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결국 실력과 능력의 차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차별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한인 변호사라 할 지라도, 날카롭게 쟁점을 짚고 흠잡을 데 없이 변론했다면, 아무리 뼛속 깊은 인종 차별주의 판사라 할 지라도 어떤 법률적인 근거 없이 오로지 인종이나 출신만으로 결과를 뒤집거나 불이익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유능한 아시아계 및 한인 변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수록 이런 편견조차도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인이 한인 변호사를 선임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선 언어가 같아 의사소통에 오해의 소지가 적고,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상호 이해가 수월하여 업무 처리시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오로지 호주에서 나고 자란 백인이나 다른 국가 출신의 변호사와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언어나 여러가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서로 이해를 잘 못하거나 불편함을 겪게 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일례로, 레바논계 사람들도 한때 레바논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백인 호주 사람을 선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유능한 레바논계 변호사들이 생겨났고, 대부분의 레바논인들은 레바논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한인 사회에서도 출중한 변호사들이 많이 나와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호주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법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경험과 잘 단련된 실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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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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