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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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칼럼] 변호사의 의무
강현우 변호사
H&H Lawyers 대표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호주의 법률 시스템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신탁(信託) 관계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신탁이란 일반적인 뜻으로서, ‘신뢰하여 믿고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의뢰인이 변호사의 조언을 믿고, 변호사의 일처리를 신임하며, 변호사에게 의지하는 관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에 기반한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다음 여섯가지 법률적 의무를 준수하여야 합니다.
1. 정직하고 공정하게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
2. 전문적인 지식과 근면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중하게 의뢰인을 대해야 한다.
3. 업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4. 사건 수임 등의 경우에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여야 한다.
5. 의뢰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하여야 한다.
6. 의뢰인이 요구하는 사항이 합법적인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에 대한 의무 외에도 법원과 사회에 대한 의무, 그리고 법률 전문가로서 지켜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의뢰인에 대한 의무가 우선시되지만, 법질서를 수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법률 전문가로서의 의무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의뢰인이 변호인에게 범죄사실을 인정하고도 증인석에서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의뢰인이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둔다면, 그 변호인은 거짓 증언을 용인하는 것이니 변호사로서 자격이 없는 자이고, 자칫 이러한 사실이 발각된다면 그 변호인은 변호사 자격을 박탈 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의뢰인으로 하여금 순순히 모든 범죄사실을 인정하게 하여야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의뢰인으로 하여금 반드시 ‘증언’을 하도록 하지 않으면서도 형사 사건을 변호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범죄란 검사가 유죄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지, 피고인이 무죄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사법상의 원칙을 항시 염두에 두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나 증인이 채택되지 않도록 이의 제기 하는 방식 등으로 검사의 유죄 입증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능하면서도 법을 준수하는 정직한 변호사의 지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최상의 결과를 주기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신해 직접 어떠한 선택을 하는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의뢰인에게 제3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조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언을 해 줄 뿐이며, 결국 최종 선택권은 의뢰인의 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형사사건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의뢰인이 어떤 범죄로 기소 되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고 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법원에 가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은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소된 범죄가 의뢰인이 유죄를 인정할 경우 벌금 정도가 선고될 비교적 경미한 사안이라면 변호사는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요? 이러한 경우 의뢰인에게 최상의 결과가 무엇인지 변호사가 단정할 수 있을까요?
가치 판단의 경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어느 부분이 덜 중요한지는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전과가 남더라도 그냥 벌금만 내고 끝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오래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본인의 무죄를 입증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은, ‘선택을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한 쪽에 치우지지 않은 공정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의뢰인의 입장을 고려해 각 상황별 장단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형벌을 받게 된다면 최대 어느 정도가 될 수 있으며, 시간 및 비용이 든다면 얼마나 들 수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란 전문적인 지식으로 성실하게 의뢰인을 대하여야 합니다. 법률시장에는 여러 분야가 있고, 한 변호사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천후 만능 전문가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형 로펌에 있는 변호사들을 대개 회사법 등 상법에 능할 확률이 높지만, 가사소송이나 형사소송에는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2명 정도의 변호사가 있는 소규모 일반 법률사무소(General Practice, 이하 ‘GP’)의 경우 여러 분야를 두루 다뤄봤겠지만, 특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 중에도 GP와 전문의(Specialist)가 있는 것처럼, 변호사도 GP나 사무변호사(Solicitor, 이하 ‘솔리스터’)가 더 적합한 사건이 있고, 전문변호사(Specialist)나 법정변호사(Barrister, 이하 ‘배리스터’)가 필요한 사건이 있는 것입니다.
형사사건의 경우, 특히 사건의 규모와 내용에 걸맞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자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기본적인 형법에 관한 지식도 없이 법원에 와서 변호를 하는 변호사들을 종종 보곤 하였습니다. 또한 형사절차에 관해 아는 바가 없으면서도 배리스터에게만 의지하여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바로 표시가 납니다. 판사가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심지어 판사가 ‘내가 묻는 말이 무슨 얘기인지 모릅니까?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세요.”라고 질문하자, 변호인이 “네, 모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형사법의 기본도 모르면서 변호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호사라면 의뢰인을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대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배리스터를 수임할 필요가 없는 사건인데도 변호사의 부족한 형법지식 때문에 의뢰인으로 하여금 배리스터까지 수임하게 하여, 비용은 배로 들게 하면서도 오히려 결과는 의뢰인에게 최선이 아닌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형사 사건에는 형법 전문 변호사를 찾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아예 형법만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도 있으니, 영어에 두려움이 없으시다면 이러한 로펌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또한 호주의 각 주마다 분야별 공인 전문변호사(Accredited Specialist)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인 전문변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해진 관련 분야에서 최소 수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 밖의 까다로운 자격 조건 및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러니 해당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는 최소한 그 분야에서는 검증된 변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현우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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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H & H Lawyers Email: [email protected] Phone: +61 2 9233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