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진 자유기고가

낯선 곳을 찾아가는 즐거움, Ball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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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와 골드 코스트를 오가는 동해안에는 관광 명소가 많다. 그중에 유명한 관광지를 뽑으라고 하면 바이론 베이(Byron Bay)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바이론 베이를 대표하는 등대는 갈 때마다 관광객으로 붐빈다. 매년 열리는 음악제(Byron Bay Blue Bluesfest)도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바이론 베이는 오래전 모습을 찾기 어려운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물론 아직도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히피풍 문화의 잔재를 접할 수 있는 동네이기는 하다.

 

오늘은 번잡한 바이론 베이를 피해 좀 더 남쪽에 있는 발리나(Balina)라는 동네에 가보기로 했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들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에 다녀 올 수 있는 멀지 않은 동네이기도 하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낯선 곳에 가는 즐거움에 중독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자동차에 오른다. 골드 코스트를 벗어나 시드니로 향하는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요즈음은 쿠루즈 콘트롤 덕분에 고속도로를 운전하기가 쉽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여유롭게 차창 밖을 즐긴다. 눈에 익은 사탕수수밭을 지나친다.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가하게 오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발리나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도시다. 동네를 끼고 흐르는 규모가 큰 강(Richmond River)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물도 흔히 표현하는 수정같이 맑다. 먼 거리를 달려온 강물은 서두름 없이 천천히 종착지 바다를 향해 흐른다. 강변 공원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금 떨어진 카페에도 서두르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트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선착장에서 강태공 두어 명이 낚시하고 있다. 떨어져서 보니 작은 물고기를 잡았다가 살려주기를 되풀이한다. 선착장에 올라가 보았다. 예상과 달리 제법 큰 물고기가 유유히 오가고 있다. 큰 물고기를 보면서도 작은 생선만 잡고 있는 강태공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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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나 시내를 벗어나 강물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바닷가 주차장이 보인다. 강물이 바다와 하나 되기 직전에 있는 해변이다. 방파제에 막혀 파도가 없는 작은 모래사장이다. 수영하기 좋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주위 풍경 또한 멋지다. 수영복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해변이다.


자동차를 타고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니 작은 다리가 있다. 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려 바다로 향한다. 등대가 보인다. 등대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가 있는 곳은 경치가 좋다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확인한다. 전망대에서 가슴을 펴고 신선한 공기를 가슴 깊이 담는다. 도시의 소음과 공해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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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벗어나 주택가를 돌아본다. 넓은 대지에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개발의 붐이 불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내 복덕방에서 보았던 주택 가격이 생각난다. 시골 동네라고 생각하기에는 꽤 높은 가격이었다.


골프장이 보인다. 점심도 해결할 겸 골프장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식사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창가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창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낯선 동양인의 주저함을 보고 대화를 건네 온 것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식당이 영업하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시골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상함이 몸에 배어 있는 주민들이다.


동네를 벗어나 관광지로 소개된 평평한 바위(Flat Rock)가 있다는 해변을 찾았다. 백사장이 멀리까지 펼쳐진 멋진 해안이다. 멀리 바위가 보인다. 파도를 종아리까지 맞으며 바위 있는 곳으로 걸어가 본다. 그러나 바위에는 올라갈 수가 없다. 바닷물이 들어와 허리까지 물에 담가야만 갈 수 있다. 바위 끝부분에는 이름 모를 새가 떼를 지어 앉아 있다. 바위에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간다.


태평양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북으로 올라간다. 해안을 따라 경치 좋은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 사진도 찍는다. 호주 동해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하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발리나를 훌쩍 벗어나 레녹스 헤드(Lennox Head)라는 동네로 들어서는데 전망대 (Pat Morton Lookout) 팻말이 크게 쓰여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곳에는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등성이를 오르면 경치가 멋질 것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예상했던 대로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북쪽으로 레녹스 헤드라는 동네가 보인다. 산책로는 이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금 더 걸으니,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해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책로는 계속 이어진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해가 질 때까지 걸어보고 싶은 산책로다. 


은퇴한 삶이다. 문득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 살면 도시의 편안함이 생각 날 것이다. 나이가 들면 병원에서 가까워야 한다고 하는데, 자식이 사는 곳에서 너무 먼 것은 아닐까. 도시의 삶에서 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떠오른다. 


자기로 사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로 살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성인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말씀들을 되새겨 본다. 내려놓으라, 비우라, 하나님께 맡겨라 등등의 말씀을. 버리지 못하기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삶과 동떨어져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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