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진 자유기고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골드 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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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동해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 

 

골드 코스트에 정착한 후 처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되돌아보면 지난 일 년 동안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골드 코스트의 자랑거리인 해변을 찾아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은 물론이다. 경치 좋은 국립공원들을 찾아 몇 시간씩 걷기도 하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마음과 몸을 쉬기도 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라는 빌딩 숲에 들어가 젊은이들과 재즈 페스티벌을 즐기는 특이한 경험도 했다.


은퇴한 삶이다. 오늘은 어디에 가 볼까. 인터넷을 두들겨보니 관광객이 즐길만한 관광 상품이 즐비하다. 그중에 ‘선셋 크루즈(Sunset Cruise)’가 시선을 끈다. 배에서 푸짐한 저녁을 제공하는 것부터 간단한 간식만 제공하는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김치찌개에 익숙한 나로서는 서양 음식에 큰 관심이 없다. 간식만 제공하는 크루즈를 예약했다.


배를 타러 가는 날이다.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여유롭게 주위 풍경도 즐기며 운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생긴 버릇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과속도 자주 했으나, 요즈음은 속도 제한에 맞추어 느긋하게 운전하는 편이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천히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다. 백사장은 사람들로 붐빈다. 요즈음 더운 날씨가 사람을 바다로 내몰았을 것이다. 산책로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시원하고 상쾌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해안가를 걷는다. 요즈음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많다. 근육을 자랑하며 조깅하는 젊은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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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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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크루즈

 

 

시간에 맞추어 배 타는 곳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 인도 사람들은 간식을 즐기기에 바쁘다. 나이 많은 부모님과 함께 온 젊은 부부가 앉아 있다. 연인 혹은 젊은 부부로 보이는 사람도 많다. 배가 선착장을 벗어난다.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빠진다.


선착장을 벗어나 배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골드 코스트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에 익은 빌딩들이다. 그러나 배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모습으로 눈앞에 전개된다. 


관광객을 태운 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시월드(Sea World) 방향으로 움직인다. 수로를 뒷마당으로 사용하는 주택들 사이를 지나간다.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고층 아파트를 지나 시월드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선데일(Sundale) 대교를 가로지른다. 자동차를 타고 수시로 다니던 다리를 아래서 올려보기는 처음이다.


다리를 지나 조금 들어가니 수많은 고급 요트가 정박해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기는 했지만, 배에서 바라보니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세계를 누비며 다닐 수 있는 큰 요트들이다. 이렇게 호화로운 배를 소유한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부자일 것이다. 정박하는 비용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부자는 나보다 더 행복할까. 나는 가난한 나라에서 적은 돈으로 지내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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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호화로운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시월드(Sea World) 바닷가

 

배는 서서히 방향을 바꾸어 선착장을 향해 되돌아간다. 조금 전에 지나온 뱃길을 따라 되돌아 가지만 풍경은 색다르다. 같은 길이라도 갈 때와 올 때의 풍경이 다르듯이. 멀리 보이는 빌딩 사이로 해가 저물어 간다. 일반적으로 선셋 크루즈를 타는 이유는 바다로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동해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빌딩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도 나름대로 멋을 내고 있다. 


선착장에 가까이 온다. 떠날 때 보았던 고층 빌딩들이 지금은 밝은 불을 켠 모습을 잔잔한 물에 담그고 있다. 색다른 풍경이다. 골드 코스트를 상징하는 많은 빌딩은 낮이나 밤이나 나에게는 낯익은 풍경이다. 그러나 배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색다르다. 


큼지막한 조타기 앞에는 선장이 앉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항해하며 바라보는 풍경일 것이다. 항상 같은 항로를 따라 오가며 보는 풍경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선장은 골드 코스트의 풍경을 나와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풍경이 뇌리에 많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연말에 놀러 왔던 친구 생각이 난다. 한국 정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살아온 환경과 보고 들은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한 사람은 육지에서 본 풍경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은 배에서 본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친구가 듣고 본 관점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란 ‘다름’을 인정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제도가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탈레반과 같은 획일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사회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조차도 억압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행동과 생각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세상을 그려본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던져버리고 ‘다름’을 존중하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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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배에서 바라본 골드 코스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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