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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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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라이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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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형제자매들에게 생명을 전해주시고 정성으로 양육해 주신 우리 어머니께서 이 세상을 떠나 주님과 함께 거하신지 어언 4반세기가 되었다.


어머니는 하나님의 첫 창조 질서 속에서 그 후손들인 우리 형제들에게 생명을 전해주셨을 뿐 아니라 금보다 귀한 믿음을 10남매 모두에게 심어 주셨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죄인이며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잘못한 것이 많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은 부모에 대한 공경과 봉양과 효도를 명령하셨다는 것은 의미심장하기 이를 데 없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과 같이 사람에게는 사후의 명예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역사적 인물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각자들을 존경하고 사모하며 또 그들이 세상과 작별한 날을 잊지 않고 기념한다.


더구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람의 생명이 영원한 것이라면 그리스도 안에서 잠드신 우리 어머니를 추모하고 장차 다시 만날것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영생을 믿는 자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기쁜 의무일 것이다.


어머니의 노후를 남동생에게 맡기고 서둘러 고국을 떠나왔기에 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하였다. 마지막 모습을 늘 마음에 떠올리며, 어머니께 마땅히 해드려야 할 것들을 해 드리지 못한 것을 슬퍼한다.


주자십회 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새겨야 할 열 가지 후회할 행동을 깨우치고 있다. 그 첫번째가 불효부모 사후회, 즉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후회한다이다.


어머니 살아생전에는 효도를 다하지 못하였을지라도 이제라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불효를 회개하며 나의 목숨이 붙어있는 한 주님 앞에서 바른 사람이 되고자 결심해 본다.


어머니는 아득한 옛날 한일합방이 되던 해 아들 하나 딸 셋 집안의 귀한 막내딸로 태어났다. 위로 오빠가 젊은 날 우연히, 나의 아버지가 사범학교 졸업 후 일등 훈도로서 소학교에서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그 지식과 인품에 감동받고 먼저 친구가 되었고 자기 막내 여동생을 시집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집으로 초대하여 외할아버지의 절반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외삼촌에게 훈도 직장은 좋은데, 본가는 어떻게 사는지 직접 보고 오라고 엄명하였다. 외삼촌은 시골길을 물어 찾아가는 중에 길이 험하고 너무나 멀어 중도에 포기하고 되돌아와서 천석꾼으로 잘 살고 있더라고 허위 보고하였다.


나중에 이 허위보고가 탄로나자 외삼촌은 외할아버지한테 담뱃대로 머리를 얻어맞는 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외삼촌은 우리 아버지 젊은 날의 모습에 반해서, 인품과 달변에 일등 훈도까지 결코 그를 놓칠 수가 없었다. 혼례를 치르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 먼 지방에 있는 학교의 관사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우리 외할머니는 평소에 감성이 풍부하셨고 시집보낸 막내딸을 잊을 수 없어서 이런 시를 지으셔서 시름을 달랬다 한다.


딸을 딸을 막내딸을

곱게 곱게 길러서

삼백여리에 심었구나

저 달은 보느냐

망원경을 빌려라

장성군 사창학교를

나도 보자


우리 십 남매 중 총명하고 귀여웠던 막내 여동생이 네살때 홍역으로 죽었는데, 어머니가 한없이 슬퍼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시고, 아이의 생전의 얼굴 모습이 어머니 기억에서 갑자기 사라지게 하셨다고 어머니가 종종 말씀하셨다.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 

믿는 맘 가지고 보겠네.’


이 찬송을 즐겨 부르시며 어머니의 신앙은 노후까지 이어졌다.


어머니는 2001년 겨울, 매섭게 추웠던 어느 날, 넷째 아들의 품에 안겨 90년 고단한 인생길을 마감하고 주님 곁으로 가셨다.


케네스강 / 글무늬문학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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