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외상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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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은 자신의 아버지와는 달리, 바람을 피우지 않을 사람이라는 확신과 신뢰를 주는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이 자신 몰래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고,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경험했다. 이후 남편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 우울과 불안감으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괜찮다가도 갑자기 한없이 우울해지고 힘들어지는 등, 오랜 시간 심리적 갈등과 감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배우자의 외도는 일반적으로 이혼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이혼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을 유지한다고 해서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아이들이 아직 어리거나,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뢰가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관계를 지속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 배신이나 외상을 경험한 경우, 그 상처는 매우 깊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때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증상을 겪기도 하며, 죽음과 같은 큰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비애의 증상이 이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죽음과 죽어가는 것』이라는 책에서 상실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감정의 단계를 ‘부인, 분노, 타협, 우울, 수용’으로 설명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외상의 치유』의 저자 데니스 오트만(Dennis Ortman)은 외상 증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대한 노출, 강한 두려움과 무기력감, 사건의 재경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 회피, 정서적 무감각, 높은 불안, 과민함과 격분 등. 이는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전쟁 후에 겪는 증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상처가 깊어 회복을 위해 오랜 시간 인내가 필요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며, 의존적인 성향이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일수록 더 힘들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오트만은 자신의 책에서 회복을 위한 여섯 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키기
친밀한 관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극심한 분노와 억울함, 배신감이 몰아치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배우자가 상대와 함께한 시간을 상상하거나 질문하게 되는 시기를 겪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를 억누르기보다는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감정을 배우자에게 파괴적으로 쏟아내면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성급한 용서나 이혼 결정을 피하고, 안전하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가족, 친구, 멘토 또는 상담사에게 도움을 받아 위로와 공감을 얻는 것이 좋다.
2단계: 관계에 이상이 생긴 원인 이해하기
배우자의 외도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외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나 상황, 배우자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는 다르다. 상간자와의 관계를 파헤치기보다, 이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 배우자의 취약한 부분과 정서적 필요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건강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3단계: 자신과 관계의 상호작용 이해하기
자신과 파트너의 상호작용,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 등을 되돌아보며, 내가 했던 것과 하지 못했던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단계다. 이를 통해 관계의 개선점을 찾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4단계: 관계에 대한 현명한 결정 내리기
신뢰가 무너진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끝낼 것인지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선 단계들을 충분히 거친 후에 내리는 결정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5단계: 분노를 해소하고 자존감 회복하기
배우자의 잘못으로 인해 자존감이 손상되었을 수 있다. 자신을 탓하거나 불쌍하게 여기는 감정에서 벗어나,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
6단계: 파트너를 용서하기
이 단계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며, 배우자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든, 이혼을 선택하든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용서는 자신을 위한 선택이며, 마음속에 쓴 뿌리를 남기지 않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한 정서적 건강의 기초가 된다.
이 여섯 단계는 외상 회복의 여정이며,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 있다. 전문 상담사와 함께하는 과정은 더 온전하고 수월한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도 친밀한 관계에서의 외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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