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공허함의 원인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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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돌아보면 정서적으로 허기진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해 마음속에 늘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공허함의 깊이가 너무 깊어 자신을 해치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다양한 중독으로 메우려는 사람들은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여기저기서 찾아 헤매지만, 결국 중독이 자신을 파괴적인 방향으로 이끌게 되는 현실을 경험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허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대부분의 깊은 정서적 공허함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의 학대나 방임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부모가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부모 역시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운 방식대로 자녀를 양육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정서적 방치와 공허함을 유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의 정서적 방치와 공허함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제니스 웹(Janice Webb)과 크리스틴 무셀로(Christine Musello)입니다. 이들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가정 내에서 정서적 방치와 공허감을 경험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첫 번째는 자기애적인 부모입니다. 자기 중심적인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민감하게 살피지 못하고, 자녀를 자신의 결정에 따르는 존재로 여깁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주말에 파티를 열고 아이들이 도와주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이 다른 일이 생겨 참여하지 못하면 화를 내며 자신의 일에만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정서적 필요가 존중받는 경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권위주의적인 부모입니다. 이런 부모는 자녀가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녀의 의견이나 감정적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결정을 내립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저항할 수 없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놓이게 됩니다. 과거 한국의 많은 가정들이 이러한 양육 방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자녀는 자신의 고유한 필요를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세 번째는 허용적인 부모입니다. 평화를 중시하고 자녀에게 자유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결과 자녀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기준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절제와 훈련이 부족한 삶으로 이어지고, 낮은 자존감과 충동적인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허용적인 양육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자녀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네 번째는 중독에 빠진 부모입니다. 중독이 삶의 중심이 되면서 자녀의 정서적 필요는 무시되거나 존중받지 못합니다. 얼마 전 방문한 한 가정에서는 부모 모두 전문직 종사자였지만, 아이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부모가 여가 시간마다 카지노에 가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방치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을 경우 다른 자녀들이 방치되거나,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부모의 경우에도 자녀가 정서적으로 방치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일 중독에 빠진 부모 역시 자녀에게 정서적 공허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경험한 방치의 기억을 자녀에게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서적 공허함을 경험한 사람은 중독에 빠지거나, 삶에서 허무감과 슬픔을 반복적으로 느끼며, 죄책감이나 수치심으로 자신을 싫어하게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타인에게 과도한 기대나 의존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모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양육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돌아보고, 무의식적으로 자녀를 정서적으로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혹은 잘못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서적 공허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수용하고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과 공허감이 찾아올 때 자신을 돌보는 건강한 방식도 함께 익혀야 할 것입니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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