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마음의 방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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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가운데에는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망연자실한 상태일 수 있고, 어떤 이는 막 잠에서 깨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깊은 사색에 잠겨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인간의 뇌는 쉬지 않고 작동한다.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끊임없이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세상을 이해하려는 존재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지만, 그 가운데 어떤 생각을 붙잡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서와 행동은 크게 달라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인지적 선택’ 혹은 ‘인지적 편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또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가능성을 먼저 떠올린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사고 패턴에는 일정한 특징이 나타난다. 자신에 대해서는 무능하거나 가치 없는 존재로 평가하고, 세상은 냉혹하고 희망이 없는 곳으로 인식하며, 미래 또한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경향을 ‘우울의 인지 삼제(cognitive triad)’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사고 구조는 우울한 감정을 강화하고, 우울한 감정은 다시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쉽게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부정적 사고와 감정이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유사한 인지적 패턴이 발견된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람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어떡하지”,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앞으로 삶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반복된다. 이러한 사고가 지속되면 세상은 점점 더 위협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이러한 인지적 패턴이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반응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건강 치료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적 패턴을 변화시키는 심리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치료에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널리 사용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약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여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만으로는 장기적인 변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복용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재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 특히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는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치료의 핵심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인식하고, 그것을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만약 ~라면 어떡하지’라는 사고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떠오를 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때 대응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라고 사고의 방향을 전환하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또한 인지적 변화는 행동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질 때 더욱 효과적이다.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고립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고 활동 범위를 점점 줄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회피는 오히려 우울과 불안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작은 변화라도 행동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와의 연락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거나,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는 경험은 뇌에 새로운 정서적 자극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될 때 기존의 인지적 회로 역시 점차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생각과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같은 현실 속에서도 어떤 생각을 붙잡느냐에 따라 마음이 만들어 가는 길은 달라진다.
따라서 때때로 자신의 생각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생각이 나를 돕는 생각인지, 아니면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생각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성찰이 쌓일 때 우리의 마음은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음의 길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다른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은 결국 우리의 삶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
호주카리스대학 김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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