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원리

김새론이 세상을 떠났다고 떠들썩하다. 음주 운전으로 엄청난 질타를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세상을 떠난 새론에게는 공감과 동정을 보이며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했다라고 말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나라다. 둘째 가라면 서러운 듯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어쩌면 김새론에게 향한 따가운 시선이 그리고 사회적인 요구가 우리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설 자리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여기 저기에서 행복 교과서를 만들어내고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말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들은 이 행복 교과서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행복 교과서는 그냥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참조할 내용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 때 교육부 장관을 지낸 분이 주도하여 행복 교과서를 만들었는데 심리학을 연구하는 자문 위원팀들의 도움을 받아 ‘행복의 열 가지 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바라기는 호주에 살고 있는 엄마들이 한국의 엄마들처럼 맹목적으로 유행하듯이 우리 아이에게도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원에 보내서 아카데믹으로 배우는 일에만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원리를 생각해보며 자녀 교육에 적용해 볼 수 있으면 한다. 여기에서는 열 가지 원리 전체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행복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자신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을 찾아서 살아가야 하는데, 많은 엄마들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보다는 성공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색깔을 모방하며 그대로 해야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필자가 놀란 것은 요즘 한국의 강남에는 7세 고시가 있는데, 6살 밖에 안된 아이들이 중3 미국 교과서를 가지고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학원에 시험을 보러 오는 아이들이 1,400명이라고 한다. 그 학원에 가면 우리 아이는 영어를 잘하게 될 것이고 나중에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믿는데, 그것이 아이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행처럼 퍼져서 부산의 해운대까지 그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내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우리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을 통해 행복의 기준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감사는 만족하는 충만한 감정이고 주위의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이들도 매일 감사한 것을 생각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 감사하다 보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게 된다. 이미 내게 있는 좋은 것들에 시선이 옮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가 감사해하고 자족하면 불안해 하거나 진취적이지 않다고 싫어하며 더 욕심을 내어 앞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감사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매일 감사한 사람은 잠을 더 잘 자고 스트레스 수치가 더 낮고 전반적인 건강이 더 우세하다고 한다. 청소년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여서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이 된다. 청소년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당면한 과제들을 잘 해내기 위해 매일 감사 일기를 쓸 수 있다면 아이들은 훨씬 더 안정되게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셋째로, 꿈이 있으면 행복하다. 미국에서 한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자신의 꿈을 명확하게 종이에 구체적으로 표현한 학생들이 3% 였는데,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머지 아이들의 부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부요한 삶을 살고 능력있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물론, 재정적인 부분이 성공과 행복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만큼 꿈이 있는 아이들은 삶의 도전에 물러서지 않고 도전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간다라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꿈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구체적으로 꾸고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기에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획일화된 꿈이나 성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키우기 전부터 부모는 부모로서 자녀를 키우는 비전과 목표 또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할 때, 그 아이들도 꿈을 가진 아이들로 키울 수 있도록 부모가 도울 수 있게 된다.

넷째로,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떤 특별한 것을 이루어야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특정영역에서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중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게 만든다. 아는 지인의 손주가 한국에서 서울대에 들어가서 가족 모두가 기뻐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서울대에 들어가기 까지 아이의 엄마는 하루도 빼지 않고 그 아이와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서 함께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대학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병원에 가자마자 사망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나중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일생을 마무리 했는데, 그것을 알았다면 그 부모는 절대로 공부만 하면서 온 종일 시간을 보내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인가 큰 것을 성취하고 행복을 얻으려 하면 지금의 것을 많이 희생해야 한다. 물론, 미래를 계획하고 꿈꾸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가까이 있는 곳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먼 곳에서만 행복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청소년 아이를 두고 있다면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행복해 하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함께하며 누리게 할 줄 아는 것이 부모가 아이를 위해 도와주어야 하는 일이다. 인생을 이제 중반 이상 살다보니 행복은 작은 배려와 작은 웃음과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에 있고 특별한 큰 것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오늘 집을 떠난 아들에게 “항상 사랑해” 라는 말을 메시지로 보냈더니, 아들도 “엄마, 나도 항상 엄마를 사랑해“ 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랑의 메세지를 주고 받는 작은 것에도 행복이 가득있다.

끝으로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행복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모와 아이들에게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다. 타인만을 위해서 늘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은 이제는 ‘아니요’ 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럴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에게도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집을 떠나 친구랑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도록 주선을 해주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과거의 부모님들은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필자의 엄마만 해도 재정이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자신을 위해 살 줄은 모르시고 손주들에게 주거나 타인에게 베푸는데 더 많이 쓴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신은 또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녀들의 마음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재정을 적절하게 잘 쓰기를 바라는데, 평생 그렇게 살지 못했던 탓에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본다. 작은 것이지만 즐기기도 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법을 지금부터 훈련해야 나중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에게도 연습할 수 있는 자유의 기회를 주자.

이외에 관점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꿈이 있으면 행복하다. 몰입하면 행복하다. 행복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등의 행복의 원리가 있다. 아이들이 성공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면 엄마들은 이 원리들을 자녀양육에 적극 도입해 보길 권한다. 우리 한국이 더 이상 청소년 자살률 1위가 되지 않도록 호주에서도 한국처럼 교육하는 엄마들이 되지 않고, 행복의 원리를 적용해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행복해지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