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Korean Lifeline)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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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는 위기에 처한 한인들에게 위기 상담과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호주 사회 안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 기관은 정부 지원 없이 이사들의 후원과 상담자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어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재정적 제약은 운영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상담 전화는 한 개의 전화 계정으로 운영되고 있어, 한 상담이 길어질 경우 다른 위기 상황의 전화가 연결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일부 전화는 위기 상담의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하소연이나 넉두리로 이어져 상담자들을 지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사들은 ‘한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며, 진정한 위기의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명의 전화의 도움을 통해 위기를 넘기고 삶의 방향을 다시 찾은 많은 이들이 존재합니다.
최근 생명의 전화는 호주시드니 한인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정신 건강 교육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에는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인회 회장님의 뜻에 따라, 한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위기 개입을 넘어 예방과 교육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전화 상담사들은 모두 무급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상담자들의 휴식을 위해 필자가 약 2주간 상담 전화를 전담해 받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 기간 동안 비교적 심각한 사례들을 연이어 상담하며 상담사들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깊이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본다이 비치 인근에서 발생한 유대인 대상 총기 사건에 한국인 가정이 연루되어 큰 고통을 겪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당 가정이 생명의 전화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한인회와 생명의 전화가 함께 연대하여 작은 위로와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지역 사회의 연결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여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위기를 경험합니다. 어떤 위기는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지나가지만, 어떤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아 오랜 시간 마음의 고통을 지속시키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감정, 생각, 이미지가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그 상처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생명의 전화와 같은 위기 상담 및 정신 건강 지원 기관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때로는 마음의 상처에 임시적인 ‘반창고’를 붙여 주고, 때로는 마음과 몸이 쉴 수 있는 안전한 자원을 안내하며, 궁극적으로는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상담한 한 내담자는 가정 폭력의 경험으로 인해 극심한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트라우마 상담을 통해 그 경험이 더 이상 현재의 삶을 위협하는 공포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한밤중, 잠결에 울리는 전화벨과 함께 “죽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전화 한 통으로 누군가가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에,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는 오늘도 쉬지 않고 교민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명의 전화는 정신 건강 위기, 가정 폭력 위기, 자살 위기 등 긴급한 순간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때로는 호주 경찰이 위기에 처한 한인에게 생명의 전화 번호를 안내하기도 하고, 한인 심리학자나 정신 건강 치료사들이 휴가 기간 동안 자신의 내담자들에게 안내하는 안전망이 되기도 합니다.
이 소중한 기관이 앞으로도 위기를 잘 넘기고 교민들의 마음에 평안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재 약 30명의 상담사가 함께하고 있는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가 교민 사회 안에서 오래도록 지속되며 더욱 단단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기관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며, 여력이 되는 분들의 후원은 생명의 전화가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힘이 됩니다. 필요하다면 다양한 현장에서 정신 건강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는 주 7일, 24시간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화번호 (02) 9858 5900. 번호를 기억하시거나, 이름만이라도 정확히 기억해 두셨다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꼭 안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올해의 크고 작은 위기들을 잘 극복하시고, 마음이 강하고 행복한 교민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 호주한인생명의전화 원장 서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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