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다,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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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딸과 함께
섬으로 주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바쁜 일상에 짓눌리는 느낌으로 살다 보니
잠시라도 도시의 한가운데를 벗어나서
휴식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자동차를 배(Ferry)에 실은 채 약 50분 정도
바닷길을 떠가니 큰 섬(North Stradbroke Island) 하나가
둥실 하니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섬에 도착하니 바닷냄새에 취한 탓도 있었겠지만
공기가 너무나 신선하고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원하게 뻗쳐진 아스팔트를 달리면서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손바닥에 와 닿는
자연의 바람을 한껏 움켜쥐었습니다.
코알라가 있는 길도 지나고
캥거루가 나오는 숲길도 지나면서
바로 이곳이 오지(Aussie)의 낙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와 숲이 서로 마주 보고 있고
그사이에는 파란 하늘이
마치 다리처럼 이어주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바닷가에서 산책하는데
눈이 시린 황금빛 햇살이 드넓은 바다와
모래사장 위에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조깅을 하는 사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
모래 언덕에 누워서
온몸으로 햇빛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들 모두는 신이 인간에게 베푼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담겨있는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하얀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진
바위섬까지의 하늘은
점점 더 신비로움으로 변해갑니다.
쪽빛 하늘이 하얀 모래 위에 비친
그림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넓고 큰 바위에는 물결무늬가 온전히 새겨져서
긴 시간이 흐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바위틈에는 하얀 파도가 몰려온 뒤에 만들어진
작은 옹달샘도 하나 생겨났습니다.
아기 게는 비틀거리는 걸음이지만
자신의 길을 열심히 찾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앞을 바라보며 반듯한 길을 걸어가야
제대로 된 삶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바위 한쪽을 차지하고 눈을 감은 채
자연과 하나로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바다 위를 날아오르는
새들의 움직임이
먼 곳에서 들려오는 여운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주 편안한 상태가 되며 마음에는 고요함이
시냇물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신과
가슴으로 대화를 나눈 모양입니다.
글 : 황현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