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약속 잘 지켰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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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 12신조 가운데 제11조는 신자의 본분에 대해 말합니다. 그중 마지막 항목은 뜻밖입니다. “주께서 영광 가운데서 나타나심을 바라고 기다릴 것이다.” 쉽게 말하면, 크리스천은 예수님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소망하며 기다리는 본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기다림은 마치 땅에서 하늘만 바라보며 비 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약속을 남기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약속을 품고 살아갑니다. 다시 만나는 날, 그 약속의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그리움과 반가움의 깊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혹시 영화 <국제시장>을 보셨나요? 황정민 배우가 주연하고 윤제균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1,400만 명이 관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미군 선박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배에 오르던 중 막내딸 막순이가 보이지 않자, 아버지는 막순이를 찾기 위해 다시 배에서 내려갑니다. 그리고 아들 덕수에게 말합니다. “이제부터 네가 가장이다. 부산 고모네 가게로 가라. 이름은 ‘꽃분이네’다. 아버지가 곧 따라갈게.” 그렇게 덕수는 아버지와 헤어집니다.
덕수는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가장”이라는 말은 어린 덕수에게 천근 같은 짐이었지만, 아버지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 짐을 묵묵히 감당합니다. 동생을 공부시키고, 자신은 일하며 살아갑니다. 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독일로 광부 일을 떠납니다.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던 중, 오랜 꿈이었던 선장이 되기 위해 해양대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시집가려는 여동생이 어머니와 말다툼하는 것을 듣고, 덕수는 베트남 전쟁터로 떠납니다. 여동생은 오빠가 보내오는 돈에 기뻐하지만, 어머니와 아내는 덕수가 죽을지도 모를 사지에 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립니다.
세월이 흘러 덕수는 고모의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며 70대 할아버지가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덕수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사진을 바라보며 복받친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는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의 기다림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본문인 요한복음 13장 33~35절을 함께 읽어봅시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 하신 말씀 중 일부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육신의 모습으로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시고, 제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기십니다. 마치 흥남부두에서 헤어지는 아버지와 덕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꼭 지켜야 할 새 계명을 주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마치 덕수에게 “이제는 네가 아버지처럼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 것이다.” 저는 이 말씀이 마치 ‘꽃분이네’라는 간판처럼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가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남긴 표식처럼,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도 교회 건물이나 모여 있는 사람들을 찾기보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오실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예수님께서 우리를 알아보실 수 있는 ‘꽃분이네’ 간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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