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은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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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파라마타 카운슬에서 노숙자 사역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아무 문제도 없을텐데 왜 다섯 달이나 기다리게 했을까.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이메일을 열어보고, 카운슬에 전화를 걸어보며 늦어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을 졸였었다. 그러나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승인 지연으로 마음이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섬김의 귀함과 섬기며 누렸던 기쁨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포기할까 싶던 순간 다시 시작된 사역은 어린아이가 소풍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렘을 안겨주었다. 재승인이 바로 나올 줄 알고 노숙자들에게 상황을 미처 알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매주 우리를 기다렸을 그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에는 날개가 달린 듯했다.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파라마타는 모든 것이 눈에 익어 반갑고 친숙했다. 거리의 노숙자들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알코올에 취해 있는 젊은이들에게 건강을 위해 술과는 친구하지 말라고 엄마의 마음으로 또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들은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아렸다.
거리에서 음식을 나누어 주고 공원에 도착하니, 그들은 길게 줄을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고, 몇몇은 다가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안아주며 왜 오랫동안 오지 못했는지 물었다. 그들의 따뜻한 반김에 나 역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곳의 멋쟁이 다이애나는 공원 입구 팔각정을 자신의 집처럼 지키던 노숙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심한 거부감을 보여 다가가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늘 간식을 챙겨주며 가까워졌는데, 팀원에게서 다이애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늘 건강하고 씩씩하던 그녀였기에 갑작스러운 소식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머플러를 선물하자, 목에 걸어주며 아름답다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웃음은 우리를 경계하던 마음이 풀렸다는 신호처럼 느껴져 더욱 소중했다. 이제 팔각정의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텅 비게 했다.
눈만 마주쳐도 선한 미소를 짓던 브랜든도 보이지 않았다. 잔디밭에 라디오 두 개를 놓고 말없이 음악에 집중하던, 영국 신사 같은 그가 어디로 갔을까. 늘 병약해 보였고 음식에도 관심이 없어 우리가 특별히 챙겨주곤 했는데, 그의 건강이 괜찮기를 바랄 뿐이다. 겨울이면 유난히 추워 보여 따뜻한 파카를 몇 번이나 챙겨다 주었는데, 그가 다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 남았다.
단체로 모여 늘 알코올에 젖어 지내던 뉴질랜드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왔다며 주황색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그들. 어디로 갔을까. 이곳을 떠난 이유가 직업을 구해 떠난 것이라면 좋겠다. 언젠가 이들이 안정된 가정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니 다음 주에는 도네이션으로 받아둔 봄·가을 의류를 준비해 가야겠다. 노숙자들에게 음식만 필요할 줄 알았는데, 추워지니 겨울옷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옷을 전해주면 좋아하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역이 멈추었던 시간 동안 작은 나눔이 주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섬김의 소중함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 이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마음에 희망을 전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이 사역은 우리의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님을 기억하며,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져 작은 사랑이 꽃피기를 소망한다.
이귀덕/글무늬문학사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