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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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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라이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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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 바닥이 미끄러워서 당분간 목욕탕의 배스텁 Bath tub 을 사용하고있다. 탕을 더운물로 반쯤 채우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탕 속에 지친 몸을 길게 누인다. 두 다리를 쭈욱 뻗고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 진다.


조용히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지난 날들을 회상하기도 하고, 어릴 적 아버지와 나눈 대화들을 소환하기도 한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어린 날들이다.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형제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어여쁘시던 큰 누나와 일찍 생을 마감한 작은 형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는 백마부대 소속 군의관으로 월남 전에 파병되어 어쩌다가 보통사람들보다 더 짧은 삶을 살아야 했을까 .


아! 편하다.

이렇게 편안할 수가…

죽어서 관 속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일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워본다. 내가 관 속에 누웠을 때 관을 내려다보며 우리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리 손주들은 어떤 말들을 할까.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할까.


죽음은 영혼이 육체에서 떠나는 것이라고 어릴 때 배웠다. 영혼이 떠나면 영혼의 무게만큼 가벼워 질것이다. 영혼의 무게는 몇 그램이나 될까. 영혼이 떠나면서 자기 육신을 내려다 본다고 한다. 호흡과 심장박동과 혈액순환을 포함한 모든 신체활동이 그칠 것이다.


사후의 세계라는 책 속에는 공통적으로 잠간 동안의 죽음에서 다시 소생한 사람들의 생생한 체험담이 실려있다. 사람들이 슬퍼하고 눈물짓는 가운데 정작 자신은 약간 높은 곳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 본다고 한다. 


그리고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그 빛의 따스함에 싸여 먼저 가신 가족들의 영접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아 왔는가. 아주 어릴 때 해방 직후였다. 고국에 콜레라가 창궐하여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모습이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우리는 그것을 호열자 라고 불렀다.


그때 가난한 사람들은 상여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시신을 거죽대기에 둘둘 말아 지게에 짊어지고 뒷산에 갖다 묻었다. 여유있는 사람들은 꽃상여를 만들어 그 뒤엔 가족들이 따랐다. 상여꾼들이 "이제가면 언제오나 어하놈차! 어하놈!" 노래하며 징을 두드렸다.


어느 여름날 오후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는 중에 동네친구들과 연못에서 헤엄치며 노는 중, 한 어린 아이가 물에 빠져 죽었다. 아버지가 아이를 들쳐업고 집으로 들어가며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 아이가 아버지 등에 축 늘어져 업혀가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착하고 귀여웠던 나의 막내 여동생이 홍역을 앓다가 4살 때 죽었다. 달빛이 어른거리던 이른 새벽, 아버지와 작은형이 어린 시신을 하얀 천에 둘둘 말아 어깨에 메고 뒷산에 갖다 묻었다. 그때 그 시신이 왜 그렇게 길게 보였는지 아직도 내겐 수수께끼이다. 


나는 미국에 체류하면서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나는 텔레파시로 아버지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다. 텔레파시는 사랑하는 두사람의 뇌에서 발진하는 파동이 서로 공명을 일으키는 초능력 현상을 말한다. 화창한 4월의 어느 아침,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확신하고 소리내어 울었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그때 4살이었던 아들이 시골집에 내려와서 할아버지의 관을 내려다보고, “아 무서워, 할아버지를 보기는 봐야 할텐데 무서워서…”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노년을 맞이하여 참으로 많은 죽음들을 대하게 된다. 젊은 시절엔 결혼식이나 잔치 등 즐거움을 주는 일이 많았는데, 이젠 장례식이 더 많아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검은 정장을 한 가족들이 슬픈 얼굴로 장례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엄숙하게 맞이한다. 

 

“천국에서 만나보자 

그날 아침 거기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뵈는 저 천국 문에서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죽음은 삶을 지워버리는 문이 아니라, 삶을 다 지나온 사람이 잠시 쉬어 가는 문턱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을 너무 아끼지도, 너무 함부로 쓰지도 말고, 정직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케네스강/글무늬 문학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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